2013.11.09
병실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2인실을 사용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은 삼십 대 초중반 정도의 고환암 환자였다.
그 사람은 보험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병원에 있는 동안 "치료비대로 돈이 나오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습니다."라고 말을 해서 참 희한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돈이 나오면 걱정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치료 경과가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평온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이후에 입원을 했을 때에는 6인실에 있었는데 나와 나이가 똑같은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도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는 친구였는데 암투병을 하다 치료가 다 되었다는 판정을 받은 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살던 도중 갑자기 병이 재발해서 다시 치료를 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뇌 쪽으로 재발하게 되어 인지나 행동장애를 겪게 되었다. 그래서 병실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글씨를 쓰는 것 등의 재활치료를 받았다.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거나 사회복지사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인 건 분명히 아니다. 그냥 하게 되었거나 '전망이 좋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온 사람들도 있다. 생각보다 사회복지의 마인드가 잡힌 사람을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정말로 말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행동이나 마음에 정성을 다하고 진심으로 행동하며 클라이언트를 대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는데, 병원에서 보면서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부디 다 나아서 지금쯤 열심히 일을 하고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 어떤 50대 아저씨와 친해졌는데 그 아저씨는 밝은 식도락가였다. 보통은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먹어도 토하고 안 먹어도 토하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그 아저씨는 그러한 부작용이 전혀 없어 치료 중에도 나가서 먹기도 하고 퇴원을 한 이후에도 이곳저곳에 먹으러 가시곤 했다. 그 아저씨는 병원에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다음에 입원을 해서 연락을 해보니 치료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끝난 후라 집중치료실 같은 곳에 입원을 했다고 하셨고 그 뒤로 두 번 다시 뵙지 못 했다.
그렇게 같은 병실을 사용하던 다른 아저씨도 계셨는데, 그 아저씨도 다음에 입원할 무렵 찾아보니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연락처를 잘 주고받지 않는다.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서 쉽게 연락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커튼을 치고 아무와도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난 이제 죽어도 괜찮아 어차피 암은 낫지 못한다니께" 라는 말을 26살이었던 내 앞에서 입원기간 내내 반복해서 말하던 사람도 있다.
몇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을 말하자면 대머리 아저씨의 경우 항암치료를 하고 머리가 완전히 빠진 뒤 시간이 지나면 없던 머리가 나는 사람도 있다. 또 그동안 들어놓은 보험들로 거액의 보험료를 받아 빚을 갚고 인생역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게 나중에는 병원에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 낫고 누가 돌아가실지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치료를 받는 모습이나 환자의 태도 의사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고나 할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 형성을 잘하지 않은 걸 수도 있고 뭐...
어쨌든 투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산사람들이나 살아갈 사람들이다. 사실 환자들은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보호자들이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게 되는 거다.
그래도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식도락가나, 죽어도 괜찮다는 아저씨나, 커튼을 치고 있던 사람 모두 살고 싶어서 하는 행동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