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2
원래는 암투병 이야기 글 시리즈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려 했으나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주제별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항암치료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일단 나의 경우를 말해 보면
1. 머리뿐 아니라 온몸의 털이 빠지고
2. 구내염이 심하게 생기고
3. 구토를 하고
4. 색소침착이 되고
5. 온몸의 기력이 저하되고
6. 치질이 생겼다. (← 이제 제일 괴로웠다)
사실은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 외의 부작용이 더 중요한데
1. 생식기관의 세포가 파괴되고
2. 백혈구 수치가 떨어진다.
특히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져 생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처음 입원했을 때에는 5일간 항암치료를 하고 바로 퇴원할 수 있었으나 나중에는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져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치료를 받은 후 항암치료를 해야 해서 덩달아 입원기간도 길어지게 되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에도 열이 37.5도가 넘어가게 되면 감염 우려로 입원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두 번 가량을 감염으로 입원을 했었다. 기나긴 응급실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막상 병원에 입원해서 하는 것은 각종 검사와 백혈구를 수치 올리는 거라 딱히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입원해 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입원 날짜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2인실에 자리가 났는데 들어올 생각이 있냐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2인실에 입원을 하면 보통 2~3일가량이 지난 이후 6인실로 옮기게 된다. 그래서 2인실에 있는 보호자들은 6인실에 자리가 언제나 혈안이 되어 있고 항상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우리 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통 병원은 특실, 1인실, 2인실, 6인실로 나누어져 있다. 웃긴 게 뭐냐면 가장 많은 병실이 하루 17만 원하는 2인실이다.(2009년 삼성서울병원 기준) 또 병실비는 비급여 항목이라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나는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2인실 하루 이용료 17만 원을 그대로 토해내야 했는데 병실비가 정말로 아까웠다.
그래서 초반이 지난 이후에는 될 대로 되리라는 생각으로 6인실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 6인실은 병실비가 1만 원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로서는 입원을 최대한 늦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인실에 들어간다고 말을 하면 며칠 뒤 6인실에 입원하라는 연락이 온다. 그러니까 2인실에 입원하라고 하는 건 그냥 돈을 채우기 위해서다. 정말 자리가 생기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애초에 6인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입원을 하고 나면 다시 부작용이 창궐하게 된다. 부작용 중 하나인 구토 증상은 무얼 먹지 않아도 생기는데, 먹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먹지 않아도 항상 구토를 하게 된다. 걷다가도 자다가도 누워있다가도 웃다가도 울다가도 토악질을 한다. 뱃속에 아무것도 없을 때 구토를 하게 되면 그냥 노란색 위액을 뱉어낸다. 그때에는 위가 경련하며 수축하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게 되어 아주 기분이 더럽다. 내장을 토해내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그래서 병원에 있을 때에는 병원 식도 그 외에도 아무것도 먹지 못 했다. 입원기간이 2주면 2주간 물만 마시고 3주면 3주간 물만 마시면서 지냈고 나중에는 병원에 가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지고 입맛이 없어졌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감정으로 인하여 생기는 게 아니라 항암치료로 계속된 구토를 하게 되면 뇌에 그 기억이 남아있어 생기는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좋은 케이스였던 것이, 집에 오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보통은 집에 와서도 구토를 계속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먹지 못한다. 먹을 수 있다고 해도 구내염으로 입안이 구멍투성이가 되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내가 일 년 가량의 치료기간 동안 먹은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건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와중에 삼계탕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참 다행이었다. 먹을 수 있는 하나의 음식이 삼계탕이라니,
이러한 기억들 때문에 나는 끼니를 먹는 것에 많이 집착하는 편이다. 하루 세끼 먹는 게 인생의 중요한 낙 중 하나인데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CT 촬영으로 아침을 거르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는 데는 큰 관심이 없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이자 생과 직결된 요소이기도 하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