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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Aug 20. 2016

흘려보내기

2016.01.15


  사람은 스스로가 긍정적이기를 바라고 항상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되고,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하면 트라우마로 남는다. 


  위기의 발단은 인간이 문제 상황을 조절할 수 없다는데 있다. 자신이 마음속에 가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가시가 다시 튀어나오게 되는 상황은 언제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른다. 좋은 치료약을 가져다 놓아도, 가시의 주변에 큰 장벽을 쌓아 놓더라도 가시가 튀어나오게 되는 상황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다. 잠시 물리적으로 차단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뿐이다. 자신의 아픈 부분을 알고 있어 조심해주는 사람만 만난다면 괜찮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다시금 가시가 튀어나올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때로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쌓지 않고 자신의 곁에 있는 오래된 사람만을 찾는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언제까지 자신의 곁에 있을지는 모르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 관계가 소원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그 상대와의 관계에 집착하게 된다면 당연히 상대는 떠나버린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가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요는 상처를 받고 기분 나빠하는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부정적인 의식에 끌려들어 갔을 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자신을 망치고 마음속에 덩어리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 덩어리는 시시 때때로 나를 괴롭힌다.


  이렇게 살아가며 상처를 받으면 이제 사람은 강한 인상을 남겨 사고에 들어가 간섭하고 싶어 한다. 이는 자신에게도 해당되는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되뇌며 스스로를 "어떠한 사람 "으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사람 "인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사고를 간섭하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사고를 조절하여 스스로를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이것은 뜻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삶을 경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즉, 나를 지나치는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스스로를 흘러 지나가도록 놔둬야 한다. 특정한 문제나 상태가 스스로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흘려보내야 한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흘러감의 시작이다. 나를 괴롭히는 이 사람, 이 상황은 잘못된 것이 아닌 다른 것이고 나는 그저 그것을 경험할 뿐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도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들은 모두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상황은 상황일 뿐이고, 그 상황에 가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가 보다"라는 삶의 자세는 굉장히 중요하다. 살면서 겪는 많은 일들은 자신을 끌어내리고 질문을 던진다. "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저 사람은 왜 나에게 저런 말을 하지?"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은 왜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지?" 이 질문들의 종착역은 상대방의 탓이나 자신의 탓이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없고, 모두의 의미에 맞춘 삶을 살 수도 없으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미에 맞춰줄 수도 없다.


  결국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나를 끌어내리는 모든 것들이 나를 지나가게 해야 한다. 따지지 말고, 분노치 말고, 탓을 하지 말고, 붙잡지 말고 그저 흘러가가 놔눠야 한다. 고통의 의미를 찾지 말고 가슴에 담아두지 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흘려보낼 수 있다면 이제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고, 더욱 여유로워지면서 스스로와 타인 모두에게 더욱 큰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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