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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Oct 13. 2016

신뢰의 기간

2016.02.27


  누군가와 가까워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보편적으로 '이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된다는 개념은 물론 존재하겠지만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관계의 모양에 있어서도 모두 다른 법이다. 만약 누군가와 빠른 시간에 친해졌다면 그만큼 빠르게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염려 때문에 속도를 늦추고자 애쓴다면 오히려 염려가 관계를 망치게 한다. 부자연스럽고 급하게 제동을 걸어버리면 트렁크에 있는 짐은 다 뒤집어지는 법이다.


  '평소의 나'와 다르게 누군가와 빠른 시간에 친해진다면 그건 분명히 무언가 중요한 요소가 있는 것이고,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본 상대방을 믿고, 자신을 믿어주는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이 가감 없이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고,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당신이 품고 있는 두려움은 걷어내도 좋다.


  빠르게 좋아지는 관계가 느리게 좋아지는 관계보다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느리게 꾸준히 지켜보며 좋아지고, 가까워지는 건 물론 좋다. 자신이 지켜본 만큼 상대에 대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기간이 오래되었다고 관계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계나 모습의 변화를 주는 요소는 '기간'보다 '가까운 정도'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그러니까 빠르게 좋아졌다고 해서 상대에 대한 불안감을 미리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전에 속았던 기억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사람을 믿는 근거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면 나와 상대의 관계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부분을 믿으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 이 관계에 대해 의심하는 것만큼 슬픈 것은 없다. 내가 언제까지나 잃고 싶지 않은 나의 큰 가치관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내가 보는 것과 같은 시선으로 나를 봐주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되어 적지만 분명히 존재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만들어질 기회를 차버리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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