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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Oct 02. 2016

냉정과 열정사이

2016.02.07


  사람들은 뜨거움에 열광한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느끼고 부러워한다. 뜨거운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나 작품이 많이 다루어지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뜨거움이 사그라들었을 때는 그것이 예전만 못하다 말하고 실망한 후 떠나간다.


  종교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뜨거운 신앙을 원하고 영적으로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 특정한 행사나 경험을 통하여 뜨거움을 체험하면 그것만이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뜨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찾아다닌다. 그리고 삶 속에서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이내 종교에 실망하고 두문불출한다. 그 후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 뜨거운 체험을 한 후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뜨거움을 신앙이라 느끼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렇게 나를 아껴주시는 주님(혹은 부처님, 또는 알라)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주님께서 항상 함께 계심을 알고 주님과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뜨거운 체험이 끝나면 삶에 파묻혀 뜨거움은 사그라들고 잊어버려 행동하지 않는다. 뜨거운 체험을 느끼게 해준 경험에서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그 행사가 별로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대략 일 년 정도라고 말한다. 서로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일 년 정도라는 이야기인데, 호르몬이 변해서 그렇다는 둥 과학적인 이유를 찾아서 끼워 넣기도 한다. 그리고 뜨거움이 식으면 이내 사랑이 변했다 말하고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노라 고민한다. 그리고 또 다른 뜨거움을 찾아서 사랑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이는 직업에서도 그렇다. 업무에 익숙해져 전과 같은 뜨거움이 사라지면 일을 지겹다 느낀다. 업무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고 싶은데, 얻을 수 있는 게 사라졌다. 나는 더 이상 열정적으로 뜨겁게 일할 수 없고 지겨울 뿐이다. 


  뜨겁다는 건 물론 좋다. 평소와 다른 감각을 느끼고 전에 없던 나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매일의 나와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람들은 매일과 다른 내일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익숙한 온도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뜨거움을 찾고 변화를 바란다. 


  헌데 위 종교에서의 대사를 보면 이상한 것이 있다. 절대자가 항상 나와 함께 있는데, 왜 새로운 뜨거움을 느끼고 그것을 찾아다니는가? 종교라는 것의 포인트는 "그것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녹아 있느냐." 가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면 종교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의지할 수 있고,  자신을 도와주는 절대자가 필요한 것인데, 절대자가 나를 도와주려면 삶 속에 익숙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즉, "나와 항상 함께하심"이라는 것은 뜨겁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감싸는 온기와 같이 있어준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도 사람도 언제나 뜨거울 수 없다. 자신을 잃을 정도의 뜨거운 사랑이라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뜨거움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 신데렐라는 둘이 결혼을 하면서 끝나지만 50대의 신데렐라는 왕자에게 아마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아유, 저 웬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름다운 것도, 시드 비셔스와 낸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블레이크, 프리다 칼로의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사랑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역시 뜨거운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을 이어가야 할 뿐 아니라 삶을 이루어 나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역시 사랑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생각했을 때의 온기다. 뜨거움이 아닌, 상대방이 나를 감싸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조금 다른데, 일에서 뜨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분명히 다른 것을 잃게 된다. 일은 분명히 일일뿐, 일을 위해서 다른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특정한 무언가를 얻기 위하여 일정한 장소와 시간을 들여 행동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투입한 노동에 대한 적절한 양의 산출물을 얻게 되는 등가교환인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나 애초에 뜨거움이 식었다고 후회하고 힘들어할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업무에 있어서 특정한 만족감은 있어야겠지만, 그 만족이 뜨거움으로 오면 곤란하다.


  뜨거움이라는 것은 곧 자극이다. 자극은 분명 즐거움을 주지만 고통과 괴로움을 동반한다. 우리는 따스한 온기가 주는 기쁨과 안정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안에는 분명 나에게 온기를 주는 무언가가 있고, 그로 인하여 나는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열정이 식으면 식어버린 커피처럼 냉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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