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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Mar 05. 2017

괜찮아지기 위한 방법

2016.05.14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를 하나만 꼽자면 "괜찮아?" 라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괜찮냐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첫째로 몸이 아프지 않고 괜찮은가?라는 의미가 가장 크고 둘째로 크게 힘든 부분 없이 지낼만하느냐가 내포되어 있다. 셋째로는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의미로 "마음이 힘들지 않은가"를 물어보는 것인데. 종합적으로 보면 괜찮냐는 질문은 심신의 괴로움 없이 무난한 삶을 살고 있느냐를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아니, 나는 괜찮지 않아" 라고 대답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러므로 "괜찮아?" 라는 질문에는 "이제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테니 조금 괜찮아졌지?" 라는 의미가 어느 정도는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이제 좀 괜찮아졌어" 라는 대답을 하면 상대방은 걱정을 덜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실 나는 괜찮지 않을 때가 많으니 마음에 테이프 자국이 끈적하게 남게 된다.

  그리하여 최근 괜찮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에는 "괜찮을 때도 있고, 괜찮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또 이렇게 대답을 하면 "어떤게 안 괜찮아?" 라는 질문을 하거나 "어디가 힘들어?" 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왜 힘든지, 어디가 어떻게 힘든지 내가 들어줄 터이니 나에게 말해보라"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질문에 내가 정리해서 잘 대답할 수 있다면 아마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괜찮지 않을 때 자신의 괜찮지 않은 부분을 잘 정리해서 타이프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굉장히 적을 것이다. 자신의 괜찮지 않은 부분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면 이미 고민은 줄어드는데, 괜찮지 않게 만드는 고민이나 힘듦은 불명확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게 괜찮지 않은지,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는지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부분으로 인하여 당신의 감정이 어떻게 사그라져 있는지, 당신이 얼마큼, 어떻게 괴로워하고 있는지가 진정 물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즉, "어디가 힘들어?"가 아니라 "너의 힘든 시간을 비록 내가 이해한다 말할 수도 없고 얼마나 힘들지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응원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 하루빨리 너의 괴로움이 줄어들기를 바래" 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이제 괜찮아졌어" 라는 대답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행이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지게 되어 있어, 이제 좋은 생각만 해" 라는 이야기가 아닌 "너가 괜찮아졌다면 정말 다행이다, 힘든 시간 보냈을 텐데 정말 고생 많았어, 하지만 너무 괜찮으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생각해서 좋게 빠져나오기를 바랄게" 라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기계처럼 뚝딱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졌어도 감정의 찌꺼기가 계속 남아 간헐적, 지속적으로 사람을 건드리기 때문에 진정 괜찮음이 한정 없이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해답을 찾아주려는 시도는 이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적절하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나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힘내라는 이야기도 지금 괴로워하는 상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힘들어하는 상대방을 돕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감정에 맞추어 대화를 하고 신호를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괜찮아지기 위해서도 몇 가지의 노력이 필요한데, 첫째로 일상적인 대화나 행동을 통한 회복이 있다. 투병 중이나 고생하는 친구를 찾아가 전과같이 대화를 나누고, 평상시에 하던 행동을 반복하며 당신은 불행해지지 않았으며 당신도 제자리에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괴로움에 빠진 사람에게 이러한 방법과 노력은 큰 도움이 되며, 주변에서 크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둘째로 여행이나 술자리, 큰 즐거움을 주는 자리를 통한 회복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고, 즐겨한다. 즐거움을 주는 자리는 행복감과 만족감을 올려주고, 그 자리를 강렬한 기억으로 남겨 시간이 지난 후에도 즐거운 추억으로 곱씹으며 사람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즐거움은 그 당시의 즐거움으로만 남을 뿐 시간이 지나 더 큰 허무감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상황을 다시 깨닫게 됨에 따라 불행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셋째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관찰과 사고를 통하여 다른 생각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일에 집중을 하거나 전혀 다른 것들에 집중하여 괜찮아질 때까지 지낼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괴로움을 덜기 위한 사고나 자신의 심신에 대한 관찰을 통해 나오는 회복의 방법으로 생각을 채우라는 것이다. 전혀 다른, 현실과 정반대의 것들로 생각을 채우게 된다면 나중에 돌아올 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되, 당신이 처한 상황 안에서 회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야 한다. 방어기제 지성화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성화가 감정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정보와 지식을 찾아보는 것이라면 여기서는 자신이 어떠한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은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와 끊임없이 문답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괴로운 시기를 겪는 사람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는 피해야 한다. 하지만 피하더라도 잘 피해야 나중에 오는 후폭풍을 줄일 수 있다. 파도타기는 파도가 높고 거칠 때보다 잔잔할 때 더 잘 배울 수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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