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신의 기록
해가 뜨고 볕이 들고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지는 곳에서
계획이 필요한거야
시간은 규격화된 관념
세상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것
계획은 아무나 세우는게 아냐
지하 이백미터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까지
꽉 들어차 막혀버린 변기처럼
썩어가는 곰팡내, 넘치는 구정물
후각마저 마비된 채
돈 쯔쯔쯔 돈쯔
쯔쯔 돈돈쯔
지상을 향해 깜빡이는 비명소리
우리에겐 계획따윈 필요없지
선을 넘지 않으면 그 뿐
여기가 어딘지
몇년이 지난건지
날 때부터 여기였던 것 같아
얘야, 나는 살만하단다
돈 쯔쯔쯔 돈쯔
쯔쯔 돈돈쯔
냄새는 삶은 행주처럼
지워지지 않는 존재의 흔적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
나에게 떠넘겨진 부채같은 것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역류하는 변기
불을 켜면 숨어드는 바퀴벌레
식탁위로 날아오른 곱등이
빛 한줌 허락되지 않은 갱도의 끝
아버지 거긴 좀 어떠세요?
이제 곧 계단만 올라오시면 되요.
시의 형식으로 쓴 <기생충>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