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음악을 듣다가 창밖을 본다. ‘낚시’라고 적힌 간판 두개가 나란히 보인다. 낚시라니. 한적한 교외 어느 국도변에서나 봄직한 글자 아닌가 생각하다가 이내 창밖으로 검은 한강이 블라인드처럼 펼쳐지는 걸 보고나서야 이 곳에 강이 있었구나 한다. 강이 있다는 건 사람이 있다는 증거다. 수천년 전부터 그래왔잖아.
그러고보니 얼핏 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하고 잠영하는 민물고기의 힘찬 지느러미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한남대교 북단, 꼬리를 물고 끼어드는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9003번 버스 맨 앞자리에서 나는 한참의 우기 끝에 눅눅해진 몸을 말리다 말고 진저리를 친다. 한여름에 느끼는 한기는 인공의 힘. 사람은 참 힘이 세구나.
경부고속도로에서 가늘게 갈라져 나온 흐릿한 실핏줄 맨 끄트머리에 내 집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살게 됐지? 이런 삶을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태연하게 잘 살아간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조차 막혀버린 퇴근길, 그러고 보니, 힘 센 사람들에게서 멀어질 수록 서울은 닿지 않는 섬이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