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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28. 2016

내 방 침대의 비밀

침대밑으로 스마트폰이 떨어져 본체와 배터리가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한게 꼭 일주일 전의 일이다. 잠결에 일어난 사고였으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스마트폰은 잠든 내 손에서 이탈하여 고도 60cm높이의 침대에서 바닥으로 수직낙하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가 분리되었고 나는 잠결이라는 이유로 수습을 미루었다. 일단. 자고보자.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나는 사고로 추락한 미확인비행물체의 잔해와 같이 처참하게 분리된 스마트폰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본체와 배터리, 배터리를 덮고 있던 케이스가 전부였지만 나를 당황하게 한것은 분명 사고 지점으로부터 파편의 비산 범위가 침대를 중심으로 반경 2m 이내일텐데 케이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자연법칙상 자유낙하한 물체가 지면과 충돌할때 발생 가능한 현상은 기껏해야 파손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해괴한 스마트폰의 케이스는 증발.해버렸다. 증발.했다고? 밥을 먹다말고 아내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천천히 저작운동을 시작한다. 제 정신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마치 유에프오를 봤다고 설레발을 치던 아이를 대할때의 눈빛이었다. 청소할 때 찾아볼게. 라던 그녀의 입에서 스마트폰의 잔해를 찾았다는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않고 있다. 청소를 하지 않는것일까. 불안해진 나는 청소기와 총채로 무장한채 침대를 치우고 무거운.매트릭스를 끙끙대며 방한 구석에 몰아 세운후 문제의 낙하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을 물색. 하기는 개뿔. 반경 2m 뭐 찾을게 있다고. 없다. 없어. 대체 어디로 증발한 것일까. 말하자면 버뮤다 삼각지같은 그런 차원을 넘나드는 공간이 내 침대 밑에 있었던거다. 뭐 내 스마트폰은 이미 일주일 전 사고 날로 바로 새 케이스를 입혀줬지만 나는 이 증발사건의 전모가 몹시도 궁금하였다. 설령 침대 밑에 차원을 관통하는 공간이 존재한다해도 십오년 동안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고 또 하필 내 스마트폰. 그것도 케이스 따위였을까. 궁금하였다. 어쩌면 침대는 그저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창구같은 건지도 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지점에 몸을 맡긴채 십오 년을 살아왔다는 거지. 침대는 생산을 위한 공간이잖아?때론 말야. 꿈을 생산하고 체력을 재생산하고 가끔. 아니 평생에 한두번 2세를 생산하잖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침대는 소멸의 공간이기도 하지. 많은 사람들이 침대에서 세상과 작별하잖아. 이제 침대부근에 차원을 관통하는 버뮤다삼각지가 있다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네. 내 증발해버린 스마트폰 케이스도 그냥 세상에서 조용히 소멸해 버리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던걸꺼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더. 생각해봐야. 머리만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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