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묻는 작은 선물
해가 뜨기 시작한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이웃사랑의 실천'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생각이 마음을 휘감았다.
이 생각은 마치 강물처럼 내 마음속을 채워 나가면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할 듯한 욕구를 자아냈다.
그날 오후, 마치 이끌리듯 도서관을 찾았다. 책장 사이를 서성이며 마주한 책들은 니코마코스의 '윤리학', 마이클 센델의 서적, 그리고 '명견만리'였다. 각자의 메시지를 담은 이 책들은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그중에서도 '명견만리'의 한 챕터는 마치 마법처럼 나를 사로잡았다. 무연고 고독사, 사회적 외로움이라는 주제는 가슴을 찌르는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찾아야 할 이웃사랑의 실천, 그것은 바로 이 고독과 외로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사랑은 나눔과 배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젊음의 날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공동체를 만들고,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을 품어주는 꿈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 꿈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꿈을 다시 꺼내볼 시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영주로 이사 온 지 벌써 9개월. 새로운 이웃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이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마음속에서 불을 붙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나는 집 앞의 텃밭에서 자라난 고추와 가지를 손에 쥐고 이웃 어르신을 찾아갔다.
어르신의 따뜻한 미소는 내 마음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르신은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알감자를 내게 돌려주셨다. 그 알감자는 단순한 알감자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지방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부족하고, 혼자 계신 어르신들이 많다. 그런데도 왜 나는 이제야 그들에게 작은 관심을 가져볼 생각을 했을까?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이 오히려 나에게 작은 힘을 주었다. 작은 관심과 사랑을 통해 우리 이웃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어느 날 아침, 그 생각이 나에게 왔듯이, 이제부터는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이웃사랑의 실천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모여 하나의 큰 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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