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장의 다이어리

분조장은 어떻게 다이어리를 쓸까

by 양윤영

최근에 ADHD 진단을 받으면서 심리검사를 했다. 나는 아주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는 우울감도 거의 없고, 대체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난 꽤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딱 두가지 요소가 평균 이상입니다."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는 분노이고, 다른 하나는 분노 억제력이었다. 사주가 불바다인 사람답게 나는 분조장이 있다. 다행인건 그걸 억제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생활 하려면 분노를 누르고도 살아야 하는 거니까. 그런의미에서 자기가 분조장이라면서 약자를 괴롭히는 놈들은 분조장이 아니다. 분조장은 나처럼 대마 냄새를 아주 아주 싫어해서 그걸 맡으면 열에 두 세번은 분노로 눈이 멀어버린 나머지, 외국에서 밤에 떨(대마)을 하며 마주 오는 외국인 남자를 겁도 없이 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분조장과 다이어리가 무슨 상관이냐면, 나는 하루에 속상하고 화가 났던 일들을 (참을 수 있는 것들에 한해서) 잘 모아서 다이어리에 쓴다는 뜻이다. 글쓰기는 마치 명상과 같아서, 이상하게도 그런 감정들을 쏟아 넣으면 기분이 나아진다. 당장 화가 날때는 감정에 눈이 멀어 상황을 객관화하지 못하는데, 글로 써보면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글로 써도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 이상하게도, 감정을 쏟아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저주인형이 진짜로 통하진 않아도 써먹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지 않을까? 나는 써본 적 없지만 내 다이어리가 저주인형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저주인형을 쓰는 사람보단 좀 더 갓반인 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것부터가 갓반인은 아니겠지만...


다이어리의 효과는 분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불안도 적어두면 좋다. 다이어리에 불안했던 일을 적고 '이 일은 어떻게 해결 될까?'라고 질문 상자를 만들면 불안이 좀 잦아든다. 당장은 미래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하지만, 미래의 나는 그 질문상자를 반드시 채울테니까. 믿음은 언제나 불안을 이긴다. 나는 그 점이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을 눈에 보이는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감정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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