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를 정리하자!(1)

그런데 스티커 주인이 ADHD라면?!

by 양윤영

정리!

ADHD에게 붙이기에 가장 어색한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정리를 못한다. 하지만 부끄럽진 않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더러운 책상이 머릿속이라면 깨끗한 책상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나를 세기에 천재에게 비비는 것은 양심에 찔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처럼 더러운 책상에서 마감을 해야 잘 할 수 있다. 마감이 끝나고서야 정리와 청소를 하는데, 쌓여있는 물건들을 한번에 치워내는 희열은 마감을 끝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쩔어준다.


하지만 이게 취미의 영역으로 가면 어떨까?

내 취미들은 대체로 정리와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피겨스케이팅은 스케이트화만 가방에 잘 넣어놓으면 되었고, 책은 읽었으면 쌓아두더라도 다시 꽂아두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책을 꽂는데에 1년이 걸린다는 것은 유감인 일이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취미로 가지면서 나는 넘쳐나는 스티커와 잘라둔 잡지들에 뒤덮여 살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내 방은 수십종의 종이로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이렇게 영원히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때때로 나는 스티커들을 정리한다. 문제는 스티커를 어떻게 나누어 정리할 것인지이다. 스티커북은 여러 종류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스티커를 어떻게 나눌건지에 따라 스티커북을 구성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아래는 내가 구상한 여러 방법들이다.


- 사진과 일러스트로 만든 드로잉 스티커들을 한 구성으로 정리한 후, 숫자스티커 한 구성, 문자스티커 한 구성으로 정리한다. 이 정리법의 문제는 크기에 있다. 숫자와 문자는 그래도 비슷한 사이즈이지만, 이미지 스티커들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스티커북 한 권은 들어갈 수 있는 스티커의 사이즈가 정혀져 있으므로 이 점이 곤란하다.


- 크기별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숫자와 문자는 위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이미지들을 크기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테마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키치한 다꾸를 하고 싶은데 내 3초짜리 기억력으로는 어떤 스티커북에 키치 스티커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키치 스티커는 크기별로 다른 스티커북에 보관되어 있고, 이건 사원의 구슬 조각 찾기만큼 진빠지는 일이다.


- 스티커북의 내지를 바꾼다. 테마 별로 스티커북을 지정한 후, 내지를 바꾼다. 6공으로 된 스티커북에는 가능한 일이지만, 다이소에서 산 내지를 바꿀 수 없는 스티커북의 용도를 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정리했냐고? 안 했다. 못 했다. 구상은 했지만 명확하지 않으면 실행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스티커들은 우리 집 여기저기에 얹어져 있고, 들어가 있고, 엎어져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리를 끝마치지 않을까. 적어도 이 집에서 이사 가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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