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스티커는 조금 얘기가 다르다.
정리에 재능이 없는 나여도, 빈티지 스티커들은 나름 잘 정리해 두었다. 사실 예쁜 상자에 다 때려 박았다. 하지만 정리는 정리다. 왜냐면 빈티지 스티커는 이미 하나의 그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저마다 테마에 맞게 봉투(혹은 책자형태로)에 들어 있는 채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그 봉투만 상자에 잘 넣어두면 테마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빈티지를 주력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유튜브에서 빈티지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빈티지한 가위도 여러개고, 스템프도 아주 많다. 그리고 그 분들은 이걸 체계적으로 정리하신다! 가위는 가위용 필통이 있고, 스템프는 아름다운 나무 서랍에 보관하는 것이다. 사실 그런 영상들을 보면 역시 집을 더 큰 곳으로 이사가서 방마다 테마를 정해서 다이어리를 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승리처럼 보인다면 물론 맞다.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는 결국 건물을 사야한다는 얘기가 있다. 책을 사 모으다보면 공간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다꾸도 조금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 비하면 차지하는 공간이 작기는 하지만. 하지만 결국 정리라는 건 공간이 어느정도 허락해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꺼내어 놓을 자리가 있어야 정리하는데에 숨통이 좀 트인달까? 이렇게 말하면 정리왕인 우리 아빠가 한탄하면서 아니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꾸라는 취미는 내 인생에서 그런 빈 공간이 되어준다. 다꾸로 시간을 채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니까. 그 다꾸를 하기 위해 방이 엉망이 된다는 건 좀 아이러니지만, 인생은 원래 다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