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못 쓰는데 다꾸 해도 될까?

by 양윤영

다꾸 초기에 했던 스크랩 다꾸는 아주 재밌었다. 카페에서 받은 스티커나 명함, 전시회 다녀오고 받은 티켓 등 다양한 재료들을 스크랩하고 예쁜 스티커로 꾸며주는 건 즐거운 취미였다. 사실 나는 다꾸를 딱 스크랩 다꾸만 하려고 했다. 내가 처음 빠진 게 스크랩꾸이기도 하고, 일기는 보통 노션에 따로 적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다이어리 꾸미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내게 새로운 다꾸의 세계를 보여주고 말았다. 바로 먼슬리의 세계! 먼슬리에 적당히 일정을 적고 스티커로 꾸며 주는 것이 너무 너무 멋져 보였다! 하지만 나는 먼슬리를 꾸미는 게 약간 두려웠다. 왜냐면 나는 내 주변에서도 손에 꼽히는 악필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날려 쓰면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다. 예쁜 스티커와 종이들로 기껏 멋지게 다꾸를 하고서 그 위에 글씨를 적어야 하는 두려움을.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본 존잘들의 다이어리는 그 완성이 글씨라고 할만큼 예쁘고 멋스러운 글씨체가 꾸며 놓은 한 면을 빼곡히 덮고 있었다. 나는 내 글씨를 봤다. 구렸다. 애초에 나는 연필 파지법도 완벽히 틀리게 잡고 있었다. 글씨 검정 2급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마저도 일일히 스케치해서 글씨를 그린 덕분에 딸 수 있던 거였다.(일단 웹툰작가니까 그림이 글씨보단 낫다.) 이런 나같은 인간이 어떻게 다이어리에 글씨를 쓰냔 말이다! 한동아 나는 글씨를 연습해 보기도 하고, 최대한 작게 써보면서 어떻게든 '괜찮은' 글씨체를 얻기 위해 용을 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손글씨보다는 컴글씨가 더 편한 이간이었기 때문에 이 계획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썼다! 그냥 써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글씨를 쓰는 순간 다꾸 완성도가 순식간에 바닥을 쳤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뭐가 괜찮았느냐고? 내 기분이! 글씨를 쓰고 다이어리를 바라보자, 다이어리가 내게 말했다. "구리긴 하지만 뭐 어때!"


그렇다. 어차피 내가 이걸로 무슨 상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글씨를 못 쓰면 뭐 어쩔 것인가. 누가 날 쫓아와서 님 글씨 못써서 다이어리를 압수하겠어요, 하는 것도 아닌 걸! 내가 생각했던 것들, 계획들, 해낸 일들을 적자 그 다이어리가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노션에 적던 일기를 다이어리에 직접 적기도 한다. 그리고 훨씬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 정도면 뇌 잡고 열심히 쓴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깜찍한 스티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글씨체를 가졌더라도, 일기를 쓰고 싶으면 쓰라는 것이다. 글씨는 나를 대변 한다. 나는 악필이지만 한 편으로는 유니크한 글씨를 쓴다.(그렇게 말해준 지인, 친구 분들 사랑합니다.) 나는 내 글씨도 나의 기록임을 안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글씨 쓰는 것이 더이상은 두렵지 않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셨음 좋겠다!

keyword
이전 03화증명하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