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인간아! 니 다이어리 중독이다!

by 양윤영

나는 스크랩 꾸미기를 하면서 다꾸에 입문했다. 그리고 사실 그 때까지만해도 나는 내가 스크랩만 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저번 글에도 적었 듯이 처음에 나는 곰돌이 스티커처럼 깜찍한 스티커는 별로 쓸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나 독특한 그래픽, 디자인 된 글자들이 적힌 스티커들만 잔뜩 모았다. 그리고 폭주기관차처럼 하루에 4~10페이지씩 다꾸를 했다. 몇 시간 동안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스티커를 붙이고 펀칭을 뚫는 짓만 한 것이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좋았는데, 진짜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그 일만 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해 온 많은 취미가 그렇듯, 불타오르는 시기가 있으면 약간 식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었다. 이번 역시 일주일 정도인가, 미친듯이 스크랩만 하다가 점점 그 욕구가 사그라들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괜찮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다꾸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그냥 스크랩꾸가 좀 지겨워졌을 뿐 다른 스타일의 스티커들에 눈길이 갔다. 마침 과학 책을 읽으면서 소설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는 하이틴 스타일의 다꾸를 하면서 그 다이어리에 과학 공부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약간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다꾸병은 다꾸를 해야 낫는다.


그래서 그 다음 노선은 하이틴이 되었다. 투푸라는 브랜드에서 퍼로 된 A6짜리 6공 다이어리를 사서 예쁘고 펑키한 내지들로 안을 꾸몄다. 하이틴 스티커는 처음에 샀던 스티커와 비슷한 점이 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사진을 이용한 그래픽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덕분에 하이틴으로 넘어가는 게 그다지 어렵진 않았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하이틴은 그런 스티커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하이틴 다꾸를 할때 쓰는 스티커들은 의외로 종류가 다양하다. 절대 안 쓰겠다고 했던 곰돌이 스티커도 많고, 키치한 느낌의 스티커들, 힙한 느낌의 스티커들도 있다. 물론 하이틴 무드를 깰 정도로 색이 강한 스티커도 있지만, 스티커를 사들일때는 그런거 따지지 않고 사게 된다. 덕분에 나는 스티커 부자가 되었다. 통장은 다 털렸지만...


내 다양한 스타일의 다이어리들



마감날에는 깜찍한 스티커를 붙여보자...ㅎ

스티커가 많아지자 다른 다꾸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먼슬리를 시작으로 독서노트나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페이지마다 느낌을 달리해보기도 했다. 몇번이나 말한 '절대로 안 쓸 깜찍한 스티커들'만 사용하는 페이지도 생겼다. (원래 안 쓴다고 하면 언젠간 반드시 쓰게 되어 있다. 일종의 플래그다.)


이렇게 작년 9월에 시작한 다꾸는 올해 5월이 되어도 건재한 취미로 남아 있다. 아마 내년에도 스티커를 붙이고 있겠지. 좋게 생각하자. 산 스티커는 다 써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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