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와뽀빠이 Jul 18. 2024

자연 or 도시

나는 무엇을 더 사랑하는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아파트에서만 평생 살아와서 막연하게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다. 해외로 나가면 영화에서나 보던 정원이 있는 멋진 하우스에서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너무 영화를 많이 봤나보다. 해외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 난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거주지 TOP5에 꼽히는 곳만 돌아다니며 살다보니 나와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다. 홍콩에서 살았던 3년도, 싱가폴에서 거주하고 있는 지난 11년도 늘 시내 중심부에서 얼마 멀지 않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스위스에 놀러가면 city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정원이 있는 하우스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게 그렇게 좋다.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좋은데, 그들말로는 관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하우스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가를 고려해 보아야한다고 우스개소리로 얘기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고층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아이 친구들(싱가포르에 사는 아이의 스위스 친구들은 대부분 주택을 선호하고 거주함)에게는 너무 낯선 거주공간인지라, 엘레베이터 타는 것을 겁내하기도 하고, sleepover하러 놀러와서는 자기 평생 3층 이상의 건물의 높이에서 자 본적이 없어 빌딩이 무너질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이야기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아시아에서 평생 살고 있는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라 신선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도시 생활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자연이 너무 그리워서, 차가 달리는 도로의 소음보다는 고요한 새소리가 그리워서, 밤에도 불 반짝이는 화려한 도시보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떠나는 친구들이 2-3년이 지나면 생긴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자연이 그리운 것 같다. 


취리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취리히가 대도시이며 city에서 자라왔단 약간의 자부심(?)같은 게 있다. 처음엔 웃고 넘겼는데 예전에 한 번 나 혼자서 스위스 유명 도시 기차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언어가 다른 도시(독일어/불어/이태리 구간)들을 혼자 구경하면서 느꼈다. '아, 취리히가 큰 도시가 맞구나, 우리가 아는 그 흔한 스타벅스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 이 때부터 그의 도시 태생의 부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랬던 그도 요새는 자연이 그립단다. 살 때는 몰랐는데, 눈 뜨면 보이던 산이며, 계절별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도 보고 싶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 그래? 그럼 우리 스위스 돌아가면 city말고 외곽으로 가서 살까?"라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란다. 거긴 또 너무 자연이란다. 흔히들 한국 사람들이 "스위스 너무 좋아요! 가서 살고 싶어요"라고 하지만 그들이 가는 곳은 도시의 삶이 아닌 자연 풍경만 가득한 곳이라 현지인들조차 그런 외진 곳에는 정착하지 않는다. 


나도 내가 그런 외진 곳에 정착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안하는데 그래도 도시와 조금 떨어진 곳이라면 조금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진 않을까 하는데, 그의 말은 도시와 떨어지지 않아도 아시아와 비교하면 여유로운 생활(심리적으로)이 될거라 확신한다는 말에 조금은 공감하면서도 살인적인 스위스 물가를 생각하면은 글쎄다.... 잘 모르겠다.

이전 06화 내 자존감, 내가 챙겨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