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와 조언, 그 경계선

귀를 열고 입을 닫을 때

by 올리브와뽀빠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그 사이 해가 바뀌었을 정도로 순식간에 세월이 흘렀다. 근황 토크만 해도 몇 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아이들은 훌쩍 자라서 새로운 여정을 찾아가고 있었고, 우리의 삶은 여전히 엄마로서, 주부로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늘 그러하듯 자신의 근황을 나누며 자연스레 아이들의 근황을 나누고, 고국에 계신 부모, 형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대화의 팔 할은 자식 이야기이더라. 내 아이들의 학업, 교우 관계 또는 재력 자랑 등등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맞장구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해외에 오래 거주하면서 생기는 고정관념들이 뼛속까지 묻어 있다 느껴지며 오랜만에 겪어보는 잔소리와 조언의 그 어딘가의 중간쯤의 대화가 주를 이루게 되는 그 어느 시점, 대화의 벽이 서서히 쳐지며 그때부터 나의 뇌가 움직이지 않고, 반응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 어떤 해결 방법을 원하지 않는데, 나 스스로도 정답은 알고 있는데 마치 나의 모든 것을 안다는 마냥 본인의 경험담도 아닌 지인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너무나도 쉽게 정의를 내리며 나에게 마치 이것이 정답이노라 하고 알려주며 열변을 토하니, 입이 저절로 닫아지고 내 눈은 갈 곳을 못 찾는다.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욱하고 올라오는 나의 감정을 티 나지 않게 조절하며 의미 없는 리액션을 하다가 이 대화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시간을 핑계로 자리를 뜰 수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지난 1년 정도 한국 지인을 만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이나 스쳐 지나가는 인연 일지라도 먼저 만남을 주선하고 했었는데, 해외 생활 15년 차 굳이 내가 찾아 나서지 않기도 하고,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생활 반경 안에 겹쳐지는 인연이 없는 이유가 더 크기도 하다.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타국 친구들은 가족 모임이나 여행을 같이 가더라도 각자의 선을 지키며 끈을 이어나가는 반면,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과는 긴 인연을 유지하는 게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 아마도 언어의 장벽으로 외국어는 내가 듣고자 하는 말만 들을 수 있는 선택권이 있고, 한국어는 내가 안 듣고 싶은 말도 들어야 하는 원어민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한국인의 특유 감성 "정"이 그립기도 했었으나, 앞서 읽었던 The Culture Map을 인용하자면, Relationship Based의 사람들보다 Task Based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나의 관점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디에든 정답은 없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가끔은 불편한 정답을 내놓는 꼰대적인 마인드가 분명 있을 것이다. 아마 매일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지도, 살아보지도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어릴 때는..."이렇게 늘 대화를 시작하는 걸 보니, 쿨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매일, 내 일상의 거울 효과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한 발을 내딛자 다짐하며 내 마음을 다잡게 되는 2월의 어느 날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The Cultur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