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고 나서야 생긴 습관
나의 10대는 멋모르던 겁 없던 패기와 학업과 치열(?)하게 싸우느라 현실 감각이 더디었고,
20대는 세상에 나와 내 맘 같지 않은 살벌한 세상을 겪으며 취업을 위해서 열심히 고군분투했었고, 사회 초년생으로 또 일찍 결혼을 하며 해외 생활을 시작하여 적응을 하느라,
30대는 애 둘 출산, 육아하며 또 다른 세계를 알아가게 되었고,
40대를 준비하며 이제는 손이 조금 덜 가지만 여전히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키우며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 여유를 챙기며 내가 요즘 빠지게 된 건 두 가지 운동과 독서.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였고,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책 읽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자국민들과 영주권자들에겐 무료로 종이책 16권/전자책 16권(concession card나 그 외 사용여부에 따라 조금은 상이)까지 대여가 가능하며, 도서관의 접근성도 용이하다. 그러나 외국인의 신분인 나는 매년 일정한 금액을 주고서 멤버십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장점 투성인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내가 느끼는 장점 중 하나, 대여하는 곳과 반납하는 곳이 달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여름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시 지역 도서관을 이용해 봤는데, 대여한 곳으로 꼭 반납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약속 장소였던 타 지역에 방문을 하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던 적이 있다.(물론 내가 사는 지역에는 지하철 역에도 간이 반납 장소가 있기도 했으나, 그 사실을 몰랐던 나의 무지함에 헛걸음을 할 뻔했었다.)
또, 내가 찾는 책이 내 방문 도서관에 없으면 앱을 통해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나의 주 거래 도서관에서 픽업할 수도 있고, 전자책은 waitlist에 등록해놓으면 보통 빠른 시간 안에 연락이 와서 큰 불편함 없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수 있다. 인기 있는 전자책들은 연장이 안되게 만들어 놓기도 해서 빌린 기간 안에 빨리 읽어야 하는 압박이 있긴 하다. 연장이 연이어는 발생할 수 없지만 다시 대기를 걸어놓을 수는 있어서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시간이 허락할 때 다시 대여를 하는 방법도 있다.
예전에는 책 구매 욕심도 있고, 내 책으로 편하게 읽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완독 후 책을 둘 곳 없는 공간 부족함과 어차피 아이들도 한 번 읽으면 싫증내고 새로운 책을 관심 있어하니 우리에겐 금상첨화였던 도서관 라이프인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어릴 때는 집 근처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도서관의 친숙함을 알려줄 수 있었고, 보통은 어린이 코너가 따로 있어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조금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이다.(물론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어디서나 그렇듯 부모가 알아서 눈치껏 통제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 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집 근처 도서관이 40년이 넘게 유지되어 왔었으나, 곧 재단장을 위해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슬픈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아이들도 추억을 같이 보낸 곳이라 안타까워하며 슬퍼했지만, 멋지게 재단장하고 다 같이 방문할 그날을 기다리며, 당분간은 전자책 위주로 내면을 채워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