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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gine May 18. 2019

3. <il s'appelle Paul>



Il s'appelle Paul.

직역해보자면 : 그의 이름은 Paul이다. 라는 뜻의 문장이에요.


7~8월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였어요.

독일에서 왔다는 이 친구를 다시금 떠올려보자면,

검은 피부와 대비되는 하얀 치열로 잇몸 웃음을 만개하던 밝게 미소 지은 얼굴이 제일 먼저 생각나요.

작년 겨울 아우토반에서 도로주행 시승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말도ㅎㅎ


7~ 8월은 단기 코스로 '여름학교'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9월부터는 워밍업 후 본격적으로 정규 과정이랄까요, 보다 '학교'를 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 시기에 만났던 같은 반 친구들은 시간을 더 즐긴다고 하나,

아니, 바캉스를 맞아 프랑스에 온 김에 수업을 듣는 느낌이 강했더랬죠.


이런 구성원들의 성격을 아는지, 어학원에서도 당시 수업 외 액티비티를 꽤 많이 했었어요.

리옹 구석구석을 팀을 짜 돌아다니거나, 당일치기로 인근 도시에 놀러 간다거나.


이 날은 리옹의 숀강을 작은 보트를 타고 둘러보는 일정이 있었어요.


리옹엔 크게 두 갈래의 물줄기가 있어요 :  숀 강(LA RIVIÈRE SAÔNE)과 론 강(LE FLEUVE RHÔNE).

숀 강은 파리에 흐르는 센 강보다 규모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편이고,

론 강은 한강보다는 작은 편이에요.


학교를 가려면 숀 강을 건너야 했고, 리옹 중앙역인 part-dieu역에 가려면 론 강도 건너야 했는데 도시 곳곳에 다양한 다리들이 있어 그 다리들의 차이점을 보는 것도 일상 속 나름의 재미였던 것 같아요.



그 날의 액티비티 얘기로 돌아오자면,

걸어 다니던 동네를 배를 타고 슥 - 훑으니 그 달라진 관점만큼 기분도 색달랐더랬죠.

각자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한참 찍으며, 들뜬 기분으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분위기를 누렸어요.

헌데 많아야 표현 다섯 가지 썼나.. 계속해서 똑같은 감탄사만을 나열하는 상황이 되자

일동 침묵.. ㅋㅋㅋㅋ


머릿속의 사고 체계 수준에 비해 다들 프랑스어 회화는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였던 거죠.

단순 표현만 반복하다 보니, 그 수준에 맞춰 사고하는 방식도 단순해지는 게 느껴지는 데

그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녔던 걸로 기억해요.

'아,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날이었죠.


그래서인지 그 날의 사진을 보고 저 그림을 그렸을 때,

'Paul은 잘 지내려나?' 보다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지금은 프랑스어로 내가 할 수 있는 감탄 표현은 몇 개일까? ' 였어요. ㅎㅎ



헌데 지금, 이 글을 쓰며 떠오르는 건 이전과는 다른 맥락의 질문들이에요.

사실 모국어로도 개개인이 늘 쓰는 표현만 쓰니까ㅎㅎ


'내가 늘 쓰는 감탄 표현은 몇 개일까?'

내 주변인들은 어떤 표현을 쓰지?

그리고 또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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