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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gine Feb 20. 2020

오늘은 이만큼만

책 선물

어젠 몸이 으슬해 일찍 누웠었다. 새벽 두 시에 깬 건 그 때문이었다.

영화를 한 편 봤다.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영화. 그걸 다 보고는 다시 누웠다. 다행히 또 잠이 왔던 모양이다.

눈을 다시 뜬 건 오후 한 시 즈음이었다.

오전에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저녁에 ㅇㅇ영화 볼까?'


개봉 한 걸 알았지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영화였고, 어제 '나가지 말까'했다가 나가서 몸이 아팠던 거라 생각했기에 오늘은 나가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그러자. 몇 시에 볼 까?'

이렇게 대답을 보내버렸다. 그랬으니 몸을 일으켜야 했다.


빵 두 쪽을 구워 버터와 라즈베리 그리고 딸기쨈을 꺼냈다. 오렌지 쥬스와 우유도 꺼내 같이 마셨다.

다양한 잼의 맛을 구비해놓는  언제부터였더라. 여러 맛을 맛봤지만 그래도 제일은 역시 딸기쨈이었다.


그리곤 설거지를 했다.

집에 있는 동안 설거지를 내가 도맡기로 선언? 한 이유로 이게 하루 일과 중 주요한 일이 되어있던 터였다.

거품을 내어 그릇들을 만지고 따뜻한 물로 헹궜다. 이 행위는 내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이건 꽤 오래도록 느껴오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설거지를 하는 일은 내가 쭉 도맡아야 할 것 같았다.

누군가에겐 귀찮고 싫은 일이 었지만 내겐 아니었으니까. 반대로 내게 그런 일이 누군가에겐 안 그럴 일도 있겠지. 뭐가 있을까.


나가기 전 책을 하나 챙겼는데, 표지가 낯익지 않았다. 책을 고를 때 표지도 유심히 보는 편이라 이런 일은 낯선 상황이었다.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고른 책이 아녔던 거다.

표지를 넘기니 선물을 준 사람의 필체가 담겨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폈다.



판형이 꽤 큰 책이지만 종이가 얇아 손에 스치는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친구가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왔다. 다음에 나갈 때도 들고 나올 책이니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책을 선물 해준 사람을 떠올려 그 사람에게도 안부를 보냈다. 마음속으로만. 이걸로도 오늘은 충분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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