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
어젠 몸이 으슬해 일찍 누웠었다. 새벽 두 시에 깬 건 그 때문이었다.
영화를 한 편 봤다.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영화. 그걸 다 보고는 다시 누웠다. 다행히 또 잠이 왔던 모양이다.
눈을 다시 뜬 건 오후 한 시 즈음이었다.
오전에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저녁에 ㅇㅇ영화 볼까?'
개봉 한 걸 알았지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영화였고, 어제 '나가지 말까'했다가 나가서 몸이 아팠던 거라 생각했기에 오늘은 나가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그러자. 몇 시에 볼 까?'
이렇게 대답을 보내버렸다. 그랬으니 몸을 일으켜야 했다.
빵 두 쪽을 구워 버터와 라즈베리 그리고 딸기쨈을 꺼냈다. 오렌지 쥬스와 우유도 꺼내 같이 마셨다.
다양한 잼의 맛을 구비해놓는 건 언제부터였더라. 여러 맛을 맛봤지만 그래도 제일은 역시 딸기쨈이었다.
그리곤 설거지를 했다.
집에 있는 동안 설거지를 내가 도맡기로 선언? 한 이유로 이게 하루 일과 중 주요한 일이 되어있던 터였다.
거품을 내어 그릇들을 만지고 따뜻한 물로 헹궜다. 이 행위는 내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이건 꽤 오래도록 느껴오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설거지를 하는 일은 내가 쭉 도맡아야 할 것 같았다.
누군가에겐 귀찮고 싫은 일이 었지만 내겐 아니었으니까. 반대로 내게 그런 일이 누군가에겐 안 그럴 일도 있겠지. 뭐가 있을까.
나가기 전 책을 하나 챙겼는데, 표지가 낯익지 않았다. 책을 고를 때 표지도 유심히 보는 편이라 이런 일은 낯선 상황이었다.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고른 책이 아녔던 거다.
표지를 넘기니 선물을 준 사람의 필체가 담겨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폈다.
판형이 꽤 큰 책이지만 종이가 얇아 손에 스치는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친구가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왔다. 다음에 나갈 때도 들고 나올 책이니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책을 선물 해준 사람을 떠올려 그 사람에게도 안부를 보냈다. 마음속으로만. 이걸로도 오늘은 충분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