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사별교육을 준비하는 마음-11
조금은 허상같지만. 내겐 이 길이 필요하다 보여졌고, 그 길을 조금씩 내어가는 중이다.
같이 길을 걷겠냐며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있으나 동행자를 찾기는 요원하고.. 두리번거리다보면 누구하나 동행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느슨하게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 교육자라는 길을 걷고 있다.
아직 걷는다기엔 뭐가 없긴 하지만...^^;;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세상이 원하는 길이기는 한건지 물어나보자 싶어 지난 3월에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생각보다 단시간에 기대 이상의 많은 분들이 소중한 답변을 해주셨기에 나 혼자 길이라 착각한 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하게 설문지 문항을 만들고 어떠한 검증도, 설계과정도 없이 대충한거라 미흡하지만.. 기존에 없는 나만의 자료와 데이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있다(고 난 생각하고 싶다ㅎ)
1.조사주제: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사
2.조사기간: 2024년 3월 24일(일)-26일(화)
3.조사방식: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조사
4.조사대상: 발달장애인 지원자(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특수교사, 활동지원사, 근로지원인),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가족(부모, 형제자매)
5.조사참여자: 총 142명 (발달장애인 지원자 40명, 발달장애인 가족 102명)
발달장애인들의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는지를 물었다
전체적 비율로 봤을 때 발달장애인 지원자가 가족보다 필요성 인식률은 더 높으나,
필요성 인식의 빈도와 강도는 가족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 인식률: 지원자 > 가족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 인식빈도, 강도: 지원자 < 가족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한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지 물어보았다. 지원자, 가족 모두 평생교육 차원에서 필요하며, 당사자가 이미 사별경험(가족, 반려동물 등)이 있기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나 또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왜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강조하면서 대부분 40-50대에 당사자의 욕구를 물어보는 데에만 그치는가?" 였는데,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화두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사별/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분들에게 왜 그런지를 질문해보았다.
지원자들은 '죽음준비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가족들은 '무섭고 두려워서' 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교육이 주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봐' '교육을 할만한 계기가 없어서' 라는 응답은 모든 집단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사별/죽음준비 교육이 구성되고 준비된 강사가 있다면 참여하거나 진행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물어보았다.
지원자, 가족 모두 가장 높은 비율로 '전문적인 강사가 있다면 교육을 희망한다' 는 응답이 절반 수준이었다. 20% 내외의 수준으로 본인이 직접 배워서 교육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가족의 경우 아무래도 '교육자' 위치에 한 발 떨어져있다보니,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2.7%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만약 교육이 진행된다면 교육주체, 적절한 회기는 어떤지 질문하였다.
지원자, 가족이 모든 문항에서 비슷한 응답률이 나타나 그룹을 하나로 합하여 분석했다.
교육주체는 발달장애인 지원자(사회복지사 등)를 가장 높게 희망했으며, 다음은 웰다잉 교육 전문가를 희망하였다. 아무래도 현재 웰다잉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을 대사으로 하기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서 나온 결과인 듯 하다.
적절한 교육회기는 3-4회기 > 2회기 > 1회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서적 차원: 상실, 애도, 용서, 화해, 감사, 욕구파악 및 충족
인지적 차원: 노년기 삶, 삶과 죽음의 이해
행동적 차원: 후견인 지정, 장례이해, 버킷리스트 작성, 자서전 쓰기
가치적 차원: 삶의 목표, 남은 삶의 가치이해와 정리
현실적 차원: 자립준비, 경제적 준비
죽음준비교육에서 우선시 되어야 하는 교육영역에 대한 조사는 지원자와 가족에 차이가 보였다.
지원자의 경우 '정서적' '인지적' 차원에 총 75%가 집중된 반명, 가족의 경우 상대적으로 5개 영역에서 고른 교육욕구를 나타냈다. 특히나 '행동적' '현실적' 차원의 교육 욕구가 가족이 지원자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아, 가족들에게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임을 확고히 알 수 있었다.
사별/죽음준비 교육과 관련한 여러 주제 중 희망하는 주제를 갯수 제한 없이 선택하도록 했다. 보기는 아래와 같다.
<교육주제>
1)부모와의 사별/죽음준비 필요성 알기
2)편안하게 죽음, 가족과의 사별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하기
3)나의 편안한 죽음 준비하기
4)내 삶의 사별경험 나눔, 치유, 애도 (가족, 반려동물)
5)그림책, 영화로 죽음 바라보고 이해하기
6)장례문화 이해하기
7)장례관련 견학, 체험(승화원, 장례식장 등)
8)내 장례 기획하기(유서쓰기, 사전장례식 등)
9)죽음/사별관련 현실적 준비(후견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기증 등)
10)죽음관련 다양한 직업세계 이해
지원자들은
1)부모와의 사별/죽음준비 필요성 인식 > 3)나의 죽음준비 > 2)가족과의 사별준비
가족들은
2)가족과의 사별준비 > 1)부모와의 사별/죽음준비 필요성 인식 > 5)그림책 영화로 죽음 이해하기
순서로 나타났다.
지원자와 가족 간 응답률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답변은 '나의 죽음 준비하기' 인데,
아무래도 가족 입장에서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도록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반면, 지원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필요성이 있다는 객관적 입장을 보이기에 나타난 차이로 해석된다.
<기타 자유응답>
평소에 생각했지만 시도하지 못했는데 꼭 교육으로 나오면 좋겠습니다.
조심스러워 다가가지 못하던 주제였는데 논문으로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꼭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인의 개인차가 크니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욕구중심의 과정이 교육에 담기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에 다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설문을 하며 생각이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뜬구름잡듯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던 교육기획이 약간은 선명하게 그려질 수 있는 자료가 나온듯하다.
조만간 발달장애인 당사자 5분 내외의 분들을 모시고 1:1 심층면접을 통해 그들의 욕구와 목소리를 들어볼 계획이다.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