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사별교육을 준비하는 마음-14
지난 8월 말.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서 진행한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시민대화모임에 다녀왔다.
공식적인 행사명은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였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내 뜻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을까?"에 가까웠다.
약 2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워크숍이 참여한 이유를 나누고 체크리스트로 제작된 '사전장례의향서'와 '무연고사망자 지수 체크'를 하면서 나의 마지막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 내용의 골자는 "내 뜻대로 장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였다.
그 배경에는.. 너무나 유교적, 남성중심적인 장사법과 자본주의 끝판왕인 장례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망자의 의사가 아무리 존재한다 해도, 장례주관자나 유족이 실행하지 않으면 그만이기에.. 장례식의 주인은 돌아가신 분이면서도, 유족이기도 하니까 현실적으로 사전장례의향서 내용대로 실행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배경들로 인해 유족이 있어도 무연고자로 공영장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공영장례 방식으로 가고파도 유족들이 거절하면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가 좋았던 점은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장례방식으로 가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어봐주었다는 점이다. 실행여부는 내가 죽은 뒤의 일이니 난 알 바 아니고, 알 수도 없지만 적어도 내게 선택기회와 결정권한은 주었으니까.
누군가 내게 "당신이 당신 장례방식을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같이 한 번 생각해 볼까요?"라고 손을 내밀어주고, 워크숍을 개최해 주고, 내 생각을 발표하게 해 준 그 자체가 참 좋았더랬다.
워크숍을 시작할 때 '인드라망'이라는 방식으로 실타래를 던져가며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내 소개를 하며 "이런 워크숍을 장, 노년기 발달장애인 분들과 진행하고 싶고, 내가 먼저 경험해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나눔과나눔에서 진행한 방식과 체크리스트를 좀 더 쉬운 표현으로 바꿔서 진행해보고 싶다. (장례용어는 보험약관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하다ㅠ)
그들(발달장애인들)이 원하는 장례방식을 말한다 해도 현실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건 누군가 "내 뜻"을 물어봐주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그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내 뜻"이 현실이 될 수 없다면 왜 어려운지도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우리는 아무도 그들에게 "당신의 뜻"을 물어봐주지 않는다. 적어도 죽음과 죽어감에서 만큼은 그러하다.
누군가 내 뜻을 물어봐주는 것과 애초에 뜻을 묻지조차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금의 발달장애인들은 '원하는 장례의 뜻을 물을 필요조차 없는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싶다. 고작 온라인공간에 글자라는 돌멩이를 던지는 게 다 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