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로 가는 길.
걷는 길에 염소도 보이고, 저 멀리 해가 걸리는 들판과 동화 속에서나 볼 것같던 예쁜 집들이
마치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한적하고 평화롭게 펼쳐져 있던 언덕.
미그로에서 먹었던 카라멜 와플, 포테이토칩, 밀페유.
버스를 타면 정류장마다 들리던 프랑스어가 지금도 내 귀에 아른아른 내 눈 앞에 아른 아른 거린다.
이년차가 되면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내 등 뒤에 감당하기 힘든 책임감들이 나를 이렇게 억누를 줄은 정말 몰랐는데..
CPR 을 하며, intubation을 하면서, C-line을 잡으며.. 응급 C-sec 으로 수술방에 달려가는 그 길에서
이 아가가 살 수 있을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 나의 결정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그 무서운 책임감 앞에서
매일 저녁, 신나게 걸으며 뛰며 누리며 달리던 그 날의 내가 아른거려서. 마음이 짠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