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눈이 뿌옇게 보였어요."
옆을 스쳐지나가는데 오랜시간 묵혀온 외로움의 냄새가 느껴진다.
"제가 뇌경색을 앓아서 말이 어눌해요"
의료급여 환자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싶단다. 보험이 안되는거 모르시는것 같다며 레지던트 선생님이 넌지시 수술비용 이야기를 하신다.
바로 "다시 생각해볼께요" 라고 하신다.
많이 불편했을꺼다. 삼년이란 시간을 참고 온걸 보면.
보호자가 없는 것보다, 뇌경색으로 아스피린을 먹는다고 하는 것보다 더 맘이 아픈건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발걸음을 돌리던 그 뒷 모습.
몇년전 우리 할머니께서 백내장 수술받던 때가 생각났다. 우리에겐 작고 흔한 수술이지만 얼마나 긴장하시던지 "니가 잘 좀 알아봐줘"라며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붙잡으시던 그 때가.
마치 그 때처럼 뒤돌아선 할아버지의 손이 떨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 손이 고달프고 힘든 삶의 무게를 가득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내 손에 그 무게가 전해지는 것 같아서
물끄러미 내 손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삶의 무게가 이 손을 스쳐 지나갈까.
그리고 나는 그들의 떨리는 손을 포근히 감싸안을 수 있을까.
이 손이 비어있는, 썩어져버릴 것들을 붙잡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을, 살아가는 것을 붙잡기를 기도했다.
그들의 삶으로, 나 또한 깨어있는 삶을 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