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질 없는 리듬게임의 역사(2)
글에 앞서, 필자가 미처 짚지 못한 게임을 Coconut 님께서 짚어주셨다. 오투잼(O2Jam)이 그것이다. 컴퓨터 버전은 직접 플레이해보지 못했고 훗날 몰락해 사라진 후 모바일로 나왔을 때 비로소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전 편에서 이야기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친구 J와의 술자리에서 시작한 리듬 게임의 역사. 두 번째 글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엔 조금 간격이 있는데, 이는 입시 등을 이유로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기도 했고, 다른 유행을 좇다 관심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잊었던 리듬게임의 추억을 되살리게 된 것은 콘솔, PSP 덕분이었다.
PSP를 구매한 것도 참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열심히 일한 돈으로 산 최초의 사치품이 PSP였다는 것만 밝혀둔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로 돌아가 십여 년 전의 나를 때려주고 싶다. 그 돈으로 술을 사 마셨어야지! 나오자마자 덜컥 국전(국제전자상가)으로 달려간 나는 호구, 호구.
PSP는 당시 꽤 센세이션 한 기기였는데, 당시 친하던 지인들이 모두 PSP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기에 혹한 것도 있다. 아무튼, 이끎을 받아 국전에서 구매한 PSP. 어떤 타이틀을 구매할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덜컥 고른 게 '프린세스 크라운'과 'DJ Max Portable'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리듬 게임에 기웃거리게 되었다.
펜타비전에서 제작한 DJ Max Portable(이하 디제이맥스 포터블 혹은 DMP). 다양한 곡으로 즐겁게 플레이한 게임 중 하나다. 필자의 음악 취향에 맞는 음악을 주로 플레이했지만 말이다. 특히, '꿀벌소녀'라고 부르던 오프닝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OP가 '바람에게 부탁해'라는 제목이었다. 인상 깊은 OP.
4 키와 6 키, 8 키까지 지원하여 다양한 난이도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필자는 4 키에서 그나마 있는 노래 게임오버는 안 당한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했다. 파릇파릇하던 시절 동체시력으로도 제대로 깨지 못했던 6 키와 8 키. 지금에 와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임이 되었다.
잘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디제이맥스 포터블 2, 디제이맥스 클래지콰이 에디션, 디제이맥스 포터블 3까지 구매했으니 이만하면 중증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이 글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필자를 돌아보며 쓰기 시작한 것임을.
EZ2DJ를 만들던 회사에서 개발자들이 독립하여 펜타비전을 설립하고, 디제이맥스 온라인을 처음으로 출시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후 PC버전도 있었고, 아케이드 판 테크니카도 있었다고 알고 있었으나, 디제이맥스 시리즈 중에서 필자가 유일하게, 즐겁게(잘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절대로.) 플레이한 게임이었다. 더불어 디제이맥스 1에 수록된 곡은 OST도 출시한 덕에 지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해당 음원을 잘 듣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꼽아보자면 Obilivion, SIN, 피아노 협주곡 1번, Hamsin, Fallen Angel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 더 있겠으나 필자의 기억이 허락하지 않는 이유로...
역시 PSP 덕분에 플레이한 태고의 달인. 생각해보면 PSP 덕에 많은 걸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P의 L, R 버튼과 액션 버튼만 가지고 북을 신나게 두드리는 게임이었는데, 그 묘한 박자감에 좌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박치인 필자가 정말 심각하게 못했던 게임.
주로 일본 노래라 무슨 노랜지 모르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반다이 남코 게임의 OST나 클래식 앨범들은 꽤 즐겁게 플레이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별도로 Touch라는 곡도 좋아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나 Touch는 아다치 미츠루의 원작 만화인 터치의 애니메이션 오프닝 주제로 무척 인기 있는 노래라는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선 윤하가 리메이크하여 부르기도 하였다고...
미니게임도 있어 2인 플레이도 제공하여 당시에 열심히 플레이했던 기억도 있다. 역시 최고 난이도인 귀신(오니) 모드는 마음을 비우고 음악을 감상하는 모드였다. 후속 버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으나 필자는 1편만 플레이했었다. 아, 그리고 태고의 달인은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받아 메모리 스틱에 넣는 걸로 일종의 DLC를 제공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아케이드 판으로 오락실에도 하나쯤 있는 게임으로 거대한 북의 정면과 테두리를 번갈아가며 두드리는 게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나 평범, 아니 평범보다 조금 아래 필자는 아케이드 판에서 능력의 얕음이 곱절은 더 드러난다. 오락실에서 패닉에 빠진 필자를 찍었던 동영상이 있던 걸로 알고 있으나 현재 파일의 행방은 오리무중 상태. 앞으로 영영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엔 '아니 이게 리듬게임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게임도 분명히 리듬게임이다. 또한, 박치인 필자를 여러모로 힘들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리듬게임은 기본적으로 박치에게 잔혹한 게임이다. 눈알괴물...(...)인 퐁들을 이끌고 그들의 부족을 부흥하게 하는 게임으로 퐁들이 귀여워서 플레이했다가 생각보다 묘하게 잔인함에 놀라고, 박자에 자비 없는 게임에 또 한번 놀라는 게임이었다.
파타퐁은 플레이를 직접 보는 걸 추천. 후속편도 나왔으며, 한참이 지난 후에도 파타파타파타퐁, 퐁퐁파타퐁은 머릿속에 박히는 게임이다. 피버~~
PSP에 만족하지 못했던 필자는 그로부터 약 1년쯤 지나 NDSL(Nintendo Duel-Screen Lite)도 덜컥 구매하게 된다. 역시 돈 열심히 벌어서 구매한 사치품쯤... 이때는 왜 사치품으로 게임을 사 제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사치품으로 쓸데없는 걸 사 제끼긴 하지만. 역시 닌텐도로 플레이한 리듬게임 들이다.
아마 NDS용 리듬 게임하면 으레 떠올릴법한 게임인 힘내라! 응원단!이다. 터치패널을 이용한 게임이 인상적이었으며, 동시에 열심히 플레이하다 보면 닌텐도 터치패드를 갈아먹는 게임이라고 악명이 높았다. 다양한 상황에 빠진 사람을 응원단이 응원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미 플레이한지가 10년이 다 되어가서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있다.
꽤 좋은 노래가 있었으나 기본적인 콘셉 자체가 일본 느낌이 많이 나는 게임이었고, 수록곡도 대부분 일본 노래가 많아서 기억나는 노래는 얼마 없다. 2편은 정식 발매하여 플레이했었으나(리듬 히어로라는 게임으로 기억한다.) 그 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PSP에 비해 NDSL로는 리듬게임을 오래 즐기지 않았던 탓이다. 동숲 하느라 바빠서...
독특한 콘셉트가 인상 깊은 게임이었다. 앞서 박자 등을 잘 보고 분위기에 맞춰 플레이어가 따라하면 되는 게임으로 박자와 동시에 분위기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고도의 사회성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음악도 몇 있었으나 음악에 맞춰 플레이한다기보다는 당시 상황을 잘 보고 리듬에 맞춰 플레이하는 게 중요한 게임이었고, 박치인 필자는 분위기조차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고 좌절에 빠지게 한 게임이었다.
필자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2편에도 끝을 못 낼줄은... 이제 대망의 마지막, 3편에서 2010년대로 접어든다. 다음 글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마지막!
(2) 나 그래도 체르니까지 친 남자야.
(3) 리듬게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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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이미지 - Elliott Billings, Piano keys : https://flic.kr/p/iiCcNU
오투잼(O2Jam) 이미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 오투잼 U 소개 페이지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momocorp.o2j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