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질 없는 리듬게임의 역사(3)
이번 글을 쓰면서 가장 뜻밖이었던 점은 이 주제로 글을 설마 세 개나 쓰게 될 줄은 몰랐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해봤던 게임을 나열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게임을 손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다. 2010년에 접어들고,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오면서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리듬게임을 살펴본다.
휴대용 콘솔을 플레이하지 않게 된 것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도래한 이후부터이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걸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기에, 필자도 좀 사람다운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리듬게임에 대한 관심도, 아니 게임에 대한 관심도 살짝 옅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리듬게임을 그만둔 건 아니다. 이때 시작한 리듬게임은 아직까지 간간이 즐기고 있는 게임인데, 드디어 역사의 최근을 살펴본다.
앞서 비트매니아나 DDR 등을 제작한 회사는 코나미인데, 여기선 리듬게임 브랜드로 비마니(BEMANI)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유비트도 코나미에서 만든 게임으로 타이밍에 맞춰 16개의 키를 누르는 게임이다.
아케이드용 게임도 있으나, 필자는 아이패드2를 구매한 다음에 비로소 플레이하였다. 당시 한국 스토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있지 않았던 터라 플레이하기 위해선 미국 스토어에서 주크비트(juke beat)라고 바뀐 게임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일본 버전과 노래가 전혀 달라 결국 일본 계정을 만드는 노력을 하며 다운로드하였다. 심지어 기프트 카드도 질러 과금곡도 해금하였다.
당시 즐겁게 했던 노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인기곡을 어레인지 한 지브리 하이텐션팩에 있던 노래들로, 후에 별도 음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거리는 어려웠지만, 즐겁게 플레이하고 폭사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별도로 열정대륙도 좋아했는데, 후에 방송 프로그램에 삽입된 음악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참 이런 걸 잘도 플레이했구나...
대만의 게임회사 Rayark가 제작한 게임으로, 대만 게임이라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iOS 버전에선 독특한 과금체계를 갖추고 있었는데 유료로 게임을 받으면 카운트를 매겨 10만 다운로드 달성마다 새로운 음악팩을 무료로 제공하는 체계였다. 물론 음악을 미리 플레이하고 싶으면 과금하여 해금할 수도 있다.
처음엔 100만 다운로드가 가능할까 싶었으나 현재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쳐 10개의 음악팩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 과금해야 하는 음악도 있으나, 지금은 초기 구매 가격만으로도 상당한 곡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을 때 주로 플레이하였고, 아이패드가 없었을 때는 플레이하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천천히 플레이를 시작했다.
게임 결과야 뭐... 짐작했다시피 암담할 정도다. 그래도 몇몇 하드곡이 A랭크 받았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좋아하는 노래는 꽤 취항이 분명한 편인데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Symphony 챕터곡, knight 챕터곡, Ververg, Sanctity, Libera me 류의 음악을 좋아한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Cytus와 같은 Rayark에서 제작하였다. 피아노 테마를 바탕으로 한 리듬게임인데, 디모(Deemo)가 있는 공간에 어떤 소녀가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스토리가 살아있는 게임으로 발매 당시 받아서 플레이하다가 아이패드의 부재와 함께 플레이를 그만두었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 그리고 올해 대망의 엔딩이 나왔다!
많은 숨겨진 이야기가 있으며, 아직 곡 구매를 하지 않아서 곡은 많이 없지만, 역시 좋은 노래가 많다. 특히 Cytus의 노래도 넘어온 게 있어서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nine point eight, Reverse - parallel universe를 좋아한다. 현재 드문드문 플레이하는 중이다. 언젠간 엔딩을 보겠지...
친구팔이를 시작으로 수년 아니 십 수년에 걸친 리듬게임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 글은 필자가 좋아하되 잘 하지 못하는 것. 그중 하나인 리듬게임을 살펴보면서 시작한 글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물음은 하나다. '나는 왜 리듬게임을 좋아했으며, 또 시작하게 되었는가?'
가장 첫 번째 글에서 소개했듯, 필자의 리듬 게임은 악기를 잘 다루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했다.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다. 그러나 필자의 신체는 이를 능숙하게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체제가 리듬 게임이었다. 악기 연주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구 있으면서, 준비된 음악이나마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이 필자가 리듬게임을 하기 시작한 이유고, 지금껏 좋아한 이유다.
그래서 십 수년이 지나, 지금 필자는 리듬게임을 잘 하느냐고? 그럴 리가. 아직도 필자의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당연히 악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한 우물만 파지 않고 이처럼 다양한 게임과 악기를 잡았기에, 숙달하지 못했다고 하고 싶다.
아마도 필자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할 것이다. 사람에겐 저마다의 재능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재능을 선택할 순 없다. 당연한 일이니 슬프거나 하진 않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능은 계발할 수 있다고 믿기에 필자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생각하지만, 빛을 보지 않아도 어떤가 싶다.
필자에게 리듬게임 그리고 악기 연주는 결과물이 즐겁다기보단 그 수단과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본래는 취미 판단에 관한 이야기나,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고통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잘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 리듬 게임에 관해서 즐겁게 회상한 걸로 족하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못할 예정이지만, 또 열심히 기웃거릴 리듬 게임과 악기 연주.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피아노 연주를 다시 한 번 배워보고 싶다. 배우게 된다면, 언젠간 소개할 날이 오지 않을까 욕심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