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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Feb 04. 2021

#10. 돌을 깨면 안에 든 꽃잎이 눈을 뜨고 피어나요

초정리 편지


우리글, 우리말, 한글을 만든 사람이 누굴까?

세종대왕?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세종대왕은 한글의 시초인 ‘훈민정음’을 만들었고, 한글학자 주시경이 우리말 사전을 만들면서 한글을 완성했다.


활자보다는 사진, 영상매체가 주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요즘 아이들. 밀레니얼 시대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과 만나는 시간을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행복한 고민입니다만)


유튜브나 영상을 절대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잘근잘근 씹어 만들어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직접 책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만나고 스스로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열어줄 것인가의 고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일반 백성들에게 한글을 익혀 쓰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그 시기의 이야기이다.


그 시대에 정말 있었을법한 장운이네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면서, 그 어떤 유튜버도 대신 전달해줄 수 없는, 아이들 저마다의 상상력, 끈기, 인내심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보석 같은 만남이 되길 바라본다.





장운아, 내가 이제 못 오겠구나

장운은 맥이 탁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뒤를 마저 읽었다.

그동안 네가 떠다 준 물 잘 마셨다. 네 덕에 아주 즐거웠느니라. 훗날에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아버지 잘 모시고 씩씩하게 살아라. 글자도 잊지 말고 유익하게 쓰려무나. 쌀 한 가마 오거든 내가 하늘 심부름한 줄 알고.

“그 쌀, 할아버지였군요.”

장운은 편지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허전했다. 할아버지까지 가고 없다 생각하니 세상이 텅 빈 것 같았다. (p.52)



“이제 이 글자로 써진 책이 나오면 우리도 글공부를 할 수 있겠네”

“그럼요, 논문서 집문서도 읽고 쓰고 할 수 있고요”

장운이 거들었다.

“제발 읽을 문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하하하 그러게 말이다”

사람들 얼굴이 환했다. 장운은 누이와 처음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도 뭔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았다.



“꽃잎을 어떻게 다듬었느냐?”

“돌을 깨어 내면 안에 든 꽃잎이 눈을 뜨고 피어납니다.”

“안에 든 꽃잎이 눈을 뜬다고? 돌을 깨어 내면?”

“예”

할아버지가 장운이 쪽으로 허리를 굽히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장운아 그러고 보니 나도 돌을 깨어 내고 있구나.”

“여기는 물이 흘러나가는 자리가 되겠구나”

할아버지가 깨진 부분을 만졌다.


“장운아, 훌륭한 석수가 되어서 꼭 나를 찾아오너라”

“예,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장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네가 이번에도 내 근심을 많이 덜어 주었구나.”

“할아버지께서도 제 근심을 크게 덜어 주셨습니다.”

“그러냐? 허허허”

장운도 마주 웃었다. 이전의 할아버지 같아서 다시 한번 가슴이 찌르르했다. (p.204)

 



사실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면서 책을 보고, 아이들과 실제로 책을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느낀 것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 줘야겠다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먼저 태어나 먼저 책을 읽고 먼저 밥을 먹은 사람으로서, 내가 보고 들은 것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더 열어 보게끔 하는 일.


내가 느낀 것, 어른이 돼서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진다. 그들도 아직 모르는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꿈과 희망 가능성, 상상력들을 볼 수 있도록 그저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어릴 때 선생님도 책 읽기를 싫어했어. 선생님은 지금 너희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 너희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너희들은 어떠니? 선생님이랑 같이 용기 있게 문들을 열어 가보자. 사랑해.
    

아이들을 위한 책 읽기의 시간,

함께 만나는 아이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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