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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Mar 23. 2021

#12.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끝까지  읽어보아야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며 책의 전체 내용이 의미가 있어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중간중간 모든 사건과 과정 의미가 묻어있는 책이 있다.  책은 후자의 경험이 더욱 컸다.


다 읽고 나니 페스트에서 마지막 부분에 리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중에는 옛말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많은 단어들이 은근히 아서 네이* 검색해보기도 하고,너튜브에 우리나라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사의 역사를 찾아볼  밖에 없었다. 조선총독부 폭파물들을 역사를 잊지 않기위해 보관해두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됬다.


최근 읽었던 책에서, 헤겔은 “경험과 역사가 인간에게 가르쳐 준 한 가지는 인간은 경험과 역사로부터 어떠한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세대 간에 전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가 지식이라면 전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 인식의 전수는 치열한 고민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인이 경험한 의식이 사회적 경험, 집단의 기억으로 승화될 때만이 다음 세대에 계승될 수 있다.

(초대교회사 다시읽기 중에서 인용)


책 한권을 통해 읽는 한글자 한글자가 어떤 이미지가 되어, 머릿속에 그물을 친다. 연상되는 많은 단어들이,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건져진다.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생일은 공교롭게도 3 1일이다. 매년 달력에 빨갛게 색칠되어 있는 쉬는 . 학창시절엔 개학하기 하루 전이라 새로운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생일이 가진 의미였다면, 점점  빨간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이 땅에서 맡겨진 소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게 되는  같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앞으로의 시간동안 많은 역할이 있겠지만, 역사를 소중히 대하는, 과거의 수많은 시대상황 속에서 그랬듯이, 현재의 삶에서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 나아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다.




선생님은 손끝 하나 까딱 안하고 우리에게 가혹한 체벌을 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건 짝끼리 서로 마주보고 서서 상대방의 뺨을 선생님이 그만 하라고 할 때 까지 때리게 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끼리 때리면 살살 때릴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살살 때리는 기미가 보이면 선생님의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고 내가 때리는 것보다 상대방이 더 아프게 때리고 있다는 느낌은 피할 길이 없었고, 그렇게 되면 억울해서라도 상대방보다 더 세게 때리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라. 열서너살 밖에 안된 계집애들이 마주 보고 서서 서로의 중오심을 무진장 상승시켜가며 꽃 같은 뺨을 시뻘겋게 부풀어 오르도록 사매질을 하는 광경을. 그거야말로 구원의 여지가 없는 지옥도였다. 선생님의 그만 소리가 떨어지고나면 우리의 증오심은 곧 수치심으로 변해 서로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체벌이었다.

(p.151)


그때까지의 독서가 내가 발 붙이고 사는 현실에서 붕 떠올라 공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재미였다면 새로운 독서체험은 현실을 지긋지긋하도록 바로 보게 하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단종애사>는 소설이지만 나는 고스란히 사실로 받아들였고, 우리 역사를 좀 더 깊이 계통적으로 알고 싶다는 관심의 단서가 되었다.


감수성과 기억력이 함께 왕성할 때 입력된 것들이 개인의 정신사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듯 결정적이라는 걸 생각할 때, 나의 그런 시기의 문화적 환경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너무도 척박했었다는 게 여간 억울하지가 않다. 그러나 한편 우리가 밑바닥 가난 속에서도 드물게 사랑과 이성이 조화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 덕이었다고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강경애의 소설을 읽고 나서 였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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