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깅스이 May 07. 2021

출근길에 자꾸만 숨이 차요

불안장애는 숨 쉬는 것조차 힘겹게 한다

 지겨운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순간 가슴께가 턱 막힌다.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내 심장을 가로막는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세운 게 아닐까? 심장은 그 벽을 부술 듯이 크고 빠르게 뛴다. 곧 터질 것 같은 왼쪽 가슴의 박동을 애써 무시해본다. 꾸역꾸역 현관문을 나선다.


 지하철 역엔 사람이 많다. 가슴은 여전히 갑갑한데, 사람마저 많으니 이제는 숨이 막힌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어본다. 전혀 효과가 없다. 어쩐지 점점 숨 쉬기가 더 어렵다. 출근 시간에는 정말이지 역사 안의 그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지겨운 표정이다. 고작 몇 초 일찍 나가겠다고 나를 밀치는 사람. 내리기 전에 타는 사람. 다들 바쁘게 걷는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갑자기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걸음을 멈추는 사람. 다양한 얼굴이 있지만, 표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갑갑한 숨을 내뱉으며 저들도 나와 같겠지. '이렇게 숨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도 다들 참으면서 사는 거겠지.' 생각해본다.  


 공항철도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 통로를 걷는다. 꼬맹이 시절, 180cm를 훌쩍 넘는 아빠의 걸음에 맞추려 보폭이 넓고 빠르게 걸었던 게 습관으로 남았다. 뱁새 다리로 황새처럼 걷는다. 원체 걸음이 빠른데, 다들 빨리 걸으니까 덩달아 더 빨리 걷는다. 출근 시간은 아직 여유로운데 마음이 조급하다. 걷다 보니 숨이 찬다. 앉아서 일만 하니까 체력이 떨어졌구나, 고작 환승 한 번 하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다. 이 즈음 들어 야근이 잦아져서 요가 클래스를 그만두었다. 억울하다. 일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었는데 일하러 가기도 힘겨운 체력이 되다니. 꽤 오랫동안, 숨차고 갑갑한 출근길은 저질이 된 나의 체력 때문이라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지하철 역 계단을 바라만 봐도 숨이 찼다 (lomography simple use - lomography color negative400)


 한숨을 여러 번, 크게 쉬어보지만 여전히 숨이 가쁘다. 가슴은 더 갑갑해진다. 회사 건물과 가까워질수록 내 걸음은 조금씩 느려진다. 나도 모르게 발을 질질 끌면서 걷는다.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진다. 매일 이렇게 출근했다. 퇴근은 어땠냐고? 출근과 별다를 게 없었다. 다만 오늘 처리한 일이 완벽했는지 끊기 힘든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마음이 좀 더 무거워지고, 벌써 내일 일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불안과 공포는 당면한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로써 정상적인 정서 반응이지만, 지나칠 경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더 어렵게 하고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증상을 유발한다. 불안으로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두통, 심장 박동 증가, 호흡수 증가, 위장관계 이상 증상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 불편감을 초래하고 불안이나 걱정, 혹은 신체 증상이 직장 생활, 대인관계, 학업과 같은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이전 01화 내가 문을 닫고 나왔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