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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Oct 30. 2020

한글 가사로 부르는 재즈

01편

오늘의 선곡은 한국형 재즈입니다.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가볍게 곡 소개를 하려 했는데, 

자꾸 말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냥 제 주절주절은 스킵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 


저는 고등학교 때 영어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습니다. 

영어 성적이 괜찮게 나왔었구요. 

언어에 대한 관심은 많았는데 

국어점수는 잘 안나와서 오히려 영어가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헛된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게 대학이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는데요. 

제가 배웠던 영어는 문법, 독해가 전부였는데, 

갑자기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언어에 대한 능력은 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벌어진 거리를 따라잡기는 커녕 쫓아가기도 벅찼구요. 


번역본으로 버티면서 국어영문학과 전공이라는 말도 했었구요. 

게다가 교수들은 영문학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좋지 아니한가'만 얘기하더라구요. 

한글로 된 시도 잘 이해 못하는데, 영시를 이해하는 건.... 


게다가 되게 권위적이며 영문학 지상주의인 교수들이어서요. 

여성이 절대다수인 과에서 

모 교수는 여자들에게 왜 공부하냐 하면서 

수업 중에 자기는 여자가 가장 이뻐 보일 때가 앞치마를 하고 빨래를 널려고 발돋움을 할 때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고

영문과에 딱 한 명 여자 교수가 있었는데요, 

교수들 회식 때 이동할 때 였는데, 

앞서 발언한 교수는 택시 문을 열고 여교수가 있는 걸 보고 문을

닫고 뒷 택시를 탔다는 일화는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4학년 2학기 때 취업이 되면 수업을 빠져도 양해를 해주는 게 보통의 경우인데

저희 과는 그런게 없었습니다. 

한 선배는 결국 F를 받아서 취업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동기 녀석은 대출 알바를 쓰기도 했구요. 


그래도 전 영문학과에 빌붙어 있어서 턱걸이로 카투사에 붙어 군복무를 했는데요. 

물론 영어성적이 나빠 카투사내 흔치 않은 전투병으로 군생활을 했습니다. 

미군들, 특히 전투보직을 받은 미군들은 미국 내에서 취직 등이 안돼서 온 친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우리나라 군대 생각해 보시면 알텐데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의무니 모든 청년이 섞여 있지만 

미군은 어찌보면 낙오자나 문제아들이 군대에 오는 확률이 높았습니다. 

돈 때문에 오는 똑똑한 친구와, 군인집안 출신, 또는 혜택을 많이 주는 곳이니 

이를 통해 레벨업을 해보자는 소수의 친구들 말구요. 

맨날 술먹고 사고치는 그런 사람들이 영어만 잘한다는 이유로 

학원 강사로 한국에서 얼마나 편하게 돈을 벌고 하는 걸 보면서 

영어에 대한 많은 생각과 회의가 많이 들었었는데요. 


아무튼 대학교 때 이후로 언어에 대해서, 번역이 완벽할 수 있을까, 

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자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팝보다는 가요를 더 좋아하고요. 

물론 한글을 이해 못할 때도 많지만요.. ^^;;

영화를 볼 때도 번역이 잘 됐는지 안됐는지 자꾸 체크하는 버릇을 가지게 됐습니다. 


암튼 결국 라떼 얘기로 너무 말이 길어졌는데요. 

제가 재즈란 장르를 만나면서 재즈클럽에 가면 스탠다드 재즈곡을 연주하는데 

스탠다드 재즈곡은 왜 다 영어일까. 

왜 재즈 보컬리스트들은 약간 어색한 발음으로 왜 영어 노래를 불러야할까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클럽 운영 특성 상 반복되는 공연이고, 팀 또한 바뀔 때가 많고  

기존의 규칙과 레파토리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본인들이 발표한 한국어로 된 재즈를 연주하기에는 

시간이나 구성 상 안맞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연주와 스캣에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어 가사로 된 재즈 곡을 골라봤구요. 

한국형 스탠다드 재즈가 정착되는 그날을 바라봅니다. 


01. 최윤화그룹 /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feat. 이지민)


2018년에 발표한 최윤화그룹의 2집 앨범입니다. 앨범제목이 [영랑시음]이구요. 

김영랑 시인의 시에 가락을 붙여 읊는다는 뜻입니다.

1집에 수록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와 '숲향기'에서 시도했구요, 2집에서 본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한국어 가사와 이를 번역한 영어 가사가 함께 나오구요. 

그 뒤는 스캣과 연주가 확장되고 마지막에 다시 한국어 가사로 마무리 되는 구성입니다.

앨범에는 인트로와 곡이 나눠져 있는데, 영상은 둘을 합쳐서 연주했습니다.  

최윤화씨는 피아니스트로 베이시스트 김도영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피아노에 최윤화, 베이스에 김도영, 기타에 이수진, 드럼은 서주영이 맡았습니다. 

김영랑 시인은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1950년 전쟁 때에 세상을 떠난 시인입니다. 

보컬로 참여한 이지민씨는 작년 10월에 이상의 시를 기반으로 한 앨범 [이상한 꽃]을 발표했습니다. 


02. 허소영 / 잘자요 


재즈보컬리스트 허소영씨가 올해 발표한 미니앨범 수록곡입니다. 

정말 목소리로는 최강이라 할만큼 믿고 듣는 목소리의 소유자입니다. 

제목만큼이나 따쓰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곡입니다. 

피아노에 곽정민, 베이스에 신동하, 드럼에 김민찬이 함께했습니다. 


03. 소히 / 산책 


베이시스트이자 가수 소히(포르투칼어: Sorri(미소짓다), 본명: 최소희)가

201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음반 [Mingle] 수록곡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 나온 김완선을 보고 가수를 꿈꿨으며, 인디씬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다 

우연히 아스트로 질베르토 앨범을 들은 후 ‘소히’란 이름으로 보사노바 음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음악평론가들에게 가요와 보사노바를 잘 버무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04. 허소영 / 두무개길 


허소영씨의 노래를 한 곡 더 골랐는데요, 

음악감독 전수경씨과 아나운서 윤영미씨가 함께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여, 행하라]

같음 이름의 여행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소개한 장소 중에

여섯 곳을 골라 장소에 맞는 특별한 감성을 담아 사운드트랙을 만들었는데요,

그중 서울의 두무개길에 관한 노래를 허소영씨가 담당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는 곡입니다. 


05. DUSKY80 / 중경삼림 (中京森林)


DUSKY80은 작곡 및 작사 연주를 하는 정용도가 이끄는 프렌치 집시밴드입니다. 

[K POP 스타] 시즌 4에 출연했던 홍찬미를 보컬로 영입해서 밴드를 재정비했습니다. 

멤버 구성은 코러스, 기타 및 피아노의 정용도, 베이스 김대호, 기타 하범석, 

아코디언 전유정, 바이올린에 윤종수입니다. 

올해 9월에 발표한 따끈따근한 싱글이구요, 제가 솔직히 프렌치 집시를 정확히 모르는데요. ^^;; 

작년에 DUSKY80이 발표한 '양자역학'이나 '꿈같은 하루' 등 기존앨범을 들어보면 

아코디언이나 현악기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시 느낌에 조금 우아하고 고풍스런 느낌이 더해진 느낌적 느낌인데요.

이 곡은 기존 스타일과는 다르게 모던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영화 [중경삼림]에 헌정한다고 쓰여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도시적 감성이 더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06. A-Fuzz / 숨 (feat. 최삼)


2016년에 발표한 A-Fuzz의 첫 정규앨범 [UNDERWATER] 수록곡입니다. 

에이퍼즈는 송슬기(건반, 작곡), 김진이(기타), 신선미(드럼), 임혜민(베이스)로 

구성된 퓨전재즈 연주밴드입니다. 

2015년 데뷔 첫 해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대상,  K-Rookies 우수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독보적인 연주팀이구요, 좋은 곡이 참 많습니다.  

래퍼 최삼은 2012년 첫 믹스테잎 [3]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성씨인 최씨와, 대구의 지역번호인 053에서 3을 따와 최삼이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이 곡을 만든 에이퍼즈의 송슬기는 

'어두운 물 속에서 마침내 쉬게 된 첫 숨을, 나를 구원하는 사랑으로 표현한 곡이다. 

랩퍼 최삼이 랩 메이킹과 피쳐링으로 참여한 어쿠스틱한 힙합 곡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07. 남예지 / CARMEN


지난 2003년 데뷔한 남예지가 2016년에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수록곡입니다. 

오랜 시간 간직해왔던 일기장처럼, 전곡에 소녀들의 이름을 붙여 

자신의 여러 자아와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전체의 이야기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소외당하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그 불안 속에서 우리가 겪는 성장통에 대해 고민이라고 하네요.  

피아노에 임보라, 기타에 이동섭, 베이스에 황인규, 드럼 한순욱, 첼로에 지박씨가 함께 했습니다. 


08. 경기남부재즈 / 풍류


팀이름이 경기남부재즈인데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하는 팀입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재즈를 전승 받고 

고집스럽게 경기남부에 살면서 

흥겹고 독특하고 구성진 멋을 가진 경기남부재즈를 전승 받은 4명의 이수자로 이루어진 재즈쿼텟 입니다.


제1호 경기남부재즈 소리 이수자 “임태웅"

제1호 경기남부재즈 드럼 이수자 “김경민”

제1호 경기남부재즈 베이스 이수자 “오원석”

제1호 경기남부재즈 기타 이수자 “김수유”

2018년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한량]에서 가져왔습니다. 


09. 이한진밴드 / 외롭지 않아요 (feat. ARI:L) 


트롬보니스트가 이끄는 국내의 유일한 밴드 사운드입니다.  

작년에 9년 만에 발표한 4집 정규앨범 [4th Lee Han Jin band With You] 수록곡입니다. 

블루스 느낌의 곡으로 보컬리스트 아리엘이 함께했습니다. 


10.  박라온 / My Romance Car  


현재 재즈밴드 '오늘(O:neul)'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라온이 2011년에 발표한 정규 2집앨범 [My Romance Car]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플륫 연주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혹시 끌로드 볼링 & 장 피에르 랑팔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11. 정기고 트리오 / 샴푸의 요정 (Fairy of Shampoo) 


올해 2월에 발표한 정기고 트리오의 미니앨범 [Junggigo Sings Brazil] 수록곡입니다. 

네, 여러분들이 아시는 정기고 맞습니다. 정기고 & 소유의 '썸'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정기고씨는 꾸준히 재즈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1990년에 발표한 빛과 소금의 1집 [빛과 소금]의 타이틀 곡 샴푸의 요정을 

보사노바 느낌의 재즈로 커버했습니다. 


창작곡으로 고르다가 마지막 곡은 커버 곡으로 한 이유는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가요를 커버한 곡도 참 많은데요, 정말 좋구요. 

다음에는 커버곡도 소개해드리겠다는 생각에서 골랐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도 몸과 마음 다 안녕하시길요. 


노래 쭈욱 이어서 듣기 


작가의 이전글 신해철. 201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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