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는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이다

출발 직전인데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by 르르베

짐은 다 쌌다. 버릴 건 버렸고, 보낼 건 보냈고, 들고 갈 것만 남았다.


회사 마지막 출근, 비자 발급, 집 정리와 아이 학교 마무리까지. 미국에 가지 않았으면 미뤘을 병원 진료들까지 모두 마쳤다. 눈에 보이는 준비는 거의 끝났다.


이제 마음도 따라와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아무 느낌이 없다.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막연히 상상해 왔던 미국은 분명 있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설레는 미래가 아니라 걱정되는 오늘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오늘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잘 모르겠다. 결정을 내릴 때는 분명 확신이 있었는데,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확신보다 질문이 더 커진다.


그래도 이미 정해졌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마음이 따라오지 않아도, 불안이 가시지 않아도 그냥 떠난다.


생각해 보면 중요한 선택은 늘 그랬다.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적은 없었고, 늘 확신보다 불안을 안고 시작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몸이 먼저 건너가면, 마음은 결국 따라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