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는 <만들기의 반대말은?>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국 12개의 모야를 방문했다. 헐렁한 점프슈트를 입고, 이상한 봉투에 이상한 제작물들을 넣어 잔뜩 짊어지고선, 만들기 유랑단처럼. (그 여정이 궁금하다면 까나리가 기록한 모험기를 참고하시길)
치열한 고민을 통해 올해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지만, 작년과 같은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우선, 체력이 안 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모야를 짧은 기간 동안 모두 방문하기엔 우리는 낡고 지쳤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 판단했다면, 기꺼이 했겠지만 다음의 이유에서 그렇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길게 볼 때, 우리의 방문은 이벤트로 끝나기 쉬웠다.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선 폭풍처럼 모야를 휩쓸고 사라졌어.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지. 작년 <만들기의 반대말은?>을 진행하기 전까지, 그간 우리가 기획하고 제작해 모야에 전달한 콘텐츠들은 주로 WHAT(무엇을 만드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마음대로 조합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조형적인 모듈. 전자회로를 활용하는 전자빵 만들기. 라이트박스와 영수증 프린터를 활용한 심령사물. 하지만 만들기의 반대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만들기의 HOW(어떻게 만드는가), 그리고 좀 더 나아가 WHY(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까지 들여다보고자 하는 콘텐츠다. 이것은 하루의 즐거운 경험으로 그치기보다는 모야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리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역할을 오른손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작전은 이랬다.
<만들기의 반대말>을 하는 이유와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전달하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뒤, 우리가 연구한 접착제(특히 글루건) 없이 만드는 기술을 공유해 작은손에게 공유해 주십사 요청하자. 방식은 워크숍, 환경 조성, 스리슬쩍 권하기, 무엇이든 상관없다. 실행 시점도 자유. 각각의 모야에 적합한 방식, 적당한 시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의 재량에 맡기는 거다.
그렇게 정하고 만들기의 반대말을 찾는 오른손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었다.
<만들기의 반대말은?> 콘텐츠를 설명하는 영상
접착제 없이 연결하는 기술의 설명 영상, 11편
희망 시 참고할 수 있는 워크숍 가이드, 3편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작은손의 작품을 기록하고 전시할 수 있는 아코디언 전시대
그리고 배포 후엔 전국의 오른손이 한 데 모여 작은손의 입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활용해 볼 수 있는 온라인 세션을 3회 진행했다.
오른손들은 역시 모야의 터줏대감답게 짧게 주어진 실습 시간 안에서도 뚝딱뚝딱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면과 면의 연결'을 주제로 했던 첫 번째 온라인 세션
'체결을 위한 가공'을 주제로 나무를 제작해 보았던 세 번째 온라인 세션
오른손을 위한 안내서를 발행하고, 온라인으로 만나서 만들기를 한 뒤 실제로 모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자.
연결하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드디어 흰 머리카락이 생긴 물고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