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2년 11월호
멕시코로 출장을 떠났던 호랑은 얼마 뒤 라벨이 오묘한 선인장 술과 어마어마한 양의 현수막을 가지고 돌아왔다. 행사용으로 썼다는 현수막은 알록달록 예뻐서 걸레나 작업할 때 바닥에 까는 용도로 쓰고 버리기엔 아까웠다. 차곡차곡 단정히 개어두면 무릎까지 올라오는 현수막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하다가 마침 커튼이 필요했던 호랑의 제안으로 커튼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끼리 하기엔 너무 많으니까 몇 명 더 모집하고, 커튼이 필요없는 나머지 땡땡이들은 뱃지 - 아냐! 라임을 맞춰야지! 버튼! - 버튼을 만드는 것으로.
모집은 금방 끝났고, 사람들은 며칠 뒤 성북동 <아마도>에서 모였다. 워크숍은 땡땡이공작 특유의 패턴대로, 인사를 나누고, 잡담을 하고, 한 참가자가 가져온 한복천으로 버튼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커튼은 뒷전이 되고, 각자 의지만큼만 만들고 노는 것으로 흘러갔다. 즐거웠으니까 해피엔딩! 이면 좋겠지만, 이후 커튼을 세탁해도 현수막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는 참가자의 제보와 현수막에 쓰이는 잉크가 몸에 나쁘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살짝 서글픈 결말을 맞이했다. 아무튼, 버튼. 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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