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꽁냥꽁냥공작

월간 실패 2013년 3월호

by reliquum


노닥노닥에 둥지를 튼 이후 첫 봄을 맞이하며, 땡땡이들은 어슬렁과 합심하여 이벤트를 열었다. 한 공간에 모여 저마다 가지고 있는 도구를 공유하면서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보는 행사였다. 석달 후에 열릴 ‘서울 메이커 페어'를 패러디해 우리끼리 꽁냥거려보자는 취지로 ‘서교 페이크 페어'라는 부제도 붙였다. 노닥노닥에 보급된 이면지 포스터에 실크스크린으로 행사 포스터를 찍고, 색종이를 이어 붙인 가랜드를 달아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아침부터 열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였고 저녁까지 종일 각자의 작업에 몰두했다. 폐CD를 깨서 그 조각을 붙여 만든 미러볼, 양모 펠트로 만든 인형이 등장했고 이면지 노트도 잔뜩 만들어졌다. 아두이노를 이용해 자전거 신호등 만들기 프로젝트, 간판 제작을 위한 나무 박스 만들기, 한쪽에서는 아이폰 자가수리도 진행되었다. 고프로 카메라를 장착한 자전거 헬멧을 쓰고 돌아다니면서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잠시 쉬면서 서로의 작업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시끌벅적하게 보낸 하루였다.

결코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함께 모여서 만드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전부였던 그 날의 목적은 실패할 수도, 실패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편집된 영상을 재생하다가 삼일절을 기념하여 입구 화단에 꽂았던 태극기가 거꾸로 꽂혀있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부끄러웠던 기억만 빼면…


#Fake Fair Seokyo #비정기적땡땡이 #메이커페어를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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