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4대 보험이 없다는 것

월간 실패 2015년 5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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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쿰을 연 후, 각자의 일과 공동의 일을 병행하며 반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어떤 결단의 시기에 다다르게 된다. 도요는 핀란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릴리쿰을 시작하게 된 터라 대학 강의와 릴리쿰 활동을 병행했다. 호랑은 5년 전 창업 멤버로 함께 시작했던 회사에 주 2일 출근(우리나라에서도 이런게 가능하다!의 사례를 만든다며 나름 자부 했었다)을 하면서 프리랜서 일까지 맡고 있었다. 호랑은 회사를 그만 나가기로 결정했다. 물고기 역시 대학원 졸업 이후 6년간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며 다닌 직장에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사직서를 제출했다.

보통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는 상황에 대해 광야로 나간다고 표현하거나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하지만 우리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릴리쿰’으로 오롯이 함께 한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기쁘기 만 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수중에 돈이 궁해지면, ‘불안'은 금새 자기 자리를 찾았다는 듯 틈만 나면 들어앉으려 했다. 릴리쿰이 조직이나 회사를 지향해야 할 지 혹은 다른 형태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공동의 수익을 만드는 방법은 어디서 찾을지, 세 사람의 생각도 확연하게 모이지 않은 때였다. 그래도 서로에게 믿을만한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곳은 지옥이 아니었다. 4대 보험 따위 들어주는 회사는 없어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가며 조금 더 멀리 가보자고, 고민하고 다시 용기를 내고 고민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가보자는 선택. 언젠가는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뭐어- 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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