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6년 7월호
릴리쿰 공간을 연남동으로 옮기며 우리가 나눴던 가장 큰 다짐 중 하나는 각자가 집중하고픈 제작에 심취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도 해보는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만든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을 그리며 ‘월간 상점’이라 이름을 짓고, 릴리쿰의 제작자들이 사물과 그에 연결된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담아내는 일시적이며 정기적인 이벤트라 소개했다. 규칙은 한 가지였다. 도요, 물고기, 호랑 순으로 한 달에 일주일 가량을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여는 것.
첫 번째 상점은 도요가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도자로 만든 (코 세척에 쓰는) 네티 팟과 종이 필터 없이 쓸 수 있는 커피 드리퍼를 만들어 ‘도자기 가게’를 열었다. 첫 월간 상점이라 오프닝에 파티 분위기도 더했고, 관심을 갖고 찾아온 지인들에게 좋은 호응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두 번째 상점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물고기가 월간 상점을 열 차례였는데, 그즈음 우리는 올해 처음 맡은 놀이터 기획 일을 하느라 너무나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약속한 날짜를 어기지 않으려고 물고기는 그 와중에 레이저 커터 고장을 내가며(?) 전쟁처럼 치러야 했다. 세 번째 상점은 전시 일정과 겹쳤다. 토탈 미술관에서 약 두 달간에 걸쳐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 중이었고 호랑은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한 달 늦게 세 번째 상점을 열게 되었다. 그래도 그렇게 한 번씩 상점을 치른 후, 지독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과 9월, 공동의 수입을 내기 위해 붙잡은 프로젝트들로 인해 월간 상점은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