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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quum Apr 15. 2021

Chapter 8. 작은도서관모야

앞으로 작았던도서관 모야로 부르겠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릴리쿰의 까나리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작은도서관 모야의 공간 구성과 가구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작은도서관 모야의 가구 특징과 기능 그리고 변화되어 온 모습을 그림과 사진을 통해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또 어린이작업실 모야 가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볼 수 있겠네요. 


Chapter 1. 모야가 시작된 모양부터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Chapter 8. 작은도서관 모야


작은도서관 모야는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작게 만드는 것일까? 작은도서관 모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작은도서관 방문에서 이 의문은 깔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결론은 아니다 였습니다. 어린이작업실과 작은도서관 모야는 거의 비슷한 재료들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작은손들에게 동일한 작업의 경험을 제공하지만 책들이 이미 빽빽한 원룸만 한 공간부터 인천공항 라운지를 연상케 할 커다란 공간까지 작은도서관은 실로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콘셉트의 가구와 공간 구성이 필요했습니다. 크기와 모양은 서로 다르지만 작은도서관 모야라는 같은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가구의 패턴을 만들기로 했고 직사각형의 유닛(가구)을 기본으로 하는 모듈형 가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작은 모야가 들어선 곳은 서울시 금천구에 있는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이었습니다. 때는 제천 기적의 도서관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막 끝내고 봄을 맞이할 즈음. '작은도서관은 작아요'라는 매우 분명하지만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단서를 가지고 방문을 했었습니다. 그곳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도서관이라는 웅장한 이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정환이네 집과 비슷한 건물에 여러 개의 방이 있었고 방마다 책으로 가득했습니다. 회의와 모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실(로비)을 지나면 나선형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곳 역시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한쪽에는 아이들만이 겨우 들어가서 책을 볼 수 있는 비밀 아지트도 있었습니다. 모야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장소는 1층 로비 옆 작은 책방이었습니다. 한쪽 벽면이 3m 남짓. 가만있자 우리 모야수레가 몇 센티였더라. 150cm였나, 180cm였나 잠시 멍 때리던 중 협회 간사님으로부터 작은도서관은 이보다 더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간단한 실측을 끝내고 돌아오던 중 생각했습니다. '그래 맞아, 여기는 어린이도서관이 아니라 작은도서관이지. 작은도서관형 가구가 필요해.'


기존의 공간, 가구와는 다른 작은도서관 모야의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빼야 할 것들은 거침없이 빼고 함축시켜야 했지만 어린이도서관 모야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져야 했습니다. 작업실 가구와 필요한 기능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시그니처 공간 

-입장 게이트(필요하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무언가로 대체하면 좋겠다.)

-오른손 테이블, 작은손입장테이블(제외한다. 입출입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놓을 곳을 마련)

-전시대(필요하지만 공간 구성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작업실 

-작은손테이블(필요하다. 공간 크기에 따른 새로운 모양)

-모야수레(필요하다. 새로운 모양)

-머드룸(제외한다. 게시판과 타공판은 다른 형태로 설치)

-모야창고(제외한다. 도서관 내 창고 공간을 활용)

-각종 재료수납장(필요하다. 지류, 재활용재료, 작은 재료 등 수납)

-안전테이블(필요하다. 공간 크기에 따른 새로운 모양)

-수수께끼상자(필요하다. 공간 크기에 따른 새로운 모양)


기존의 가구들은 작은도서관 모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다만 크기와 모양이 조금 축소될 필요가 있었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쌓는' 구조가 적합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독립적인 모양에서 벗어나 가구들을 쌓기로 했습니다.

테트리스하듯 쌓아보자 콘셉트 스케치.



전환의 장치

시그니처 공간을 대체할 가구이며 입장과 퇴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가정 먼저 구상했지만 결정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렸던 가구입니다. 작은도서관 모야의 작업실은 은행나무 도서관처럼 일반 가정집 방 문 형태로 되어있기도 하고 아예 공간구분이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공간이 협소해 입장 게이트처럼 커다란 가구를 설치하기에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가구의 형태가 아닌 다른 무언가 대체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했습니다. 따로 문처럼 생긴 것을 세우자는 것도 있었고 커튼 혹은 문발을 달자, 깃발을 세워 입장할 때마다 깃발을 스스로 올리게 하자, 천장에서 거대한 헬멧을 내려 통과시킨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안전 문제와 공간 차지 문제로 재고되었습니다. 그러다 불빛을 쏘자라는 누군가의 의견에 고보라이트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보라이트는 공원길, 전시장, 백화점, 번화한 길에서 바닥 혹은 벽면에 강한 LED 조명으로 이미지를 투사하는 장치인데요 고보라이트는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제작 의뢰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동그란 이미지로 된 불빛은 작업실로 들어가는 작은손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첫 번째 작은작업실 모야에는 4개의 이미지가 돌아가며 환영의 메시지를 담았었는데 많은 이미지를 돌릴 수 있는 기계는 강한 불빛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쿨링팬이 장착되어 있었기에 소음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개의 이미지를 투과하는 장치는 그런 문제가 없어 이후 작은도서관 모야의 확산 과정에 최종 채택됩니다.

여기를 통과하면 작은손이 되는거야. 웨스턴 스타일 도어와 커튼 형식의 전환 장치 스케치



말도 안 되는 콘셉트이지만 혹시 되면 엄청 재밌을 것 같아 장치 스케치



고보라이트와 더불어 바닥에는 환영의 의미를 담은 발매트도 제작되었습니다. 터프팅건을 이용한 수제작 러그로 로고를 만들어 모야의 시작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작은작업실 모야의 고보라이트와 웰컴 매트 그리고 모야 사인

작업실

작업실은 앞서 말한 것처럼 쌓을 수 있는 모듈 구조의 가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있어 세우거나 누일 수 있고 가구 위에 가구를 올려놓을 수도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담을 수는 없지만 필요한 재료들이 모두 밖에서 잘 보이도록 만들고 필요한 경우 수납상자를 넣어 재료의 구분을 하기도 합니다.

머드룸의 역할을 대신할 작은 크기의 타공 게시판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입출입 시스템을 모듈 가구 위에 얹어놓을 수 있습니다.

작은작업실 모야의 3D 스케치.



재료 수납장

모야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다루기 때문에 많은 구획 구분이 필요했습니다. LED, 핀, 고무줄, 나무막대 등 작은 재료부터 색종이, 실타래, 전선, 가위 등 중간 크기의 것들 종이접시, 아크릴판, 셀로판지, 플라스틱 재활용품 등 커다란 재료들을 섞이지 않게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개의 재료 수납 모듈은 가로 35cm, 세로 80cm 직사각형으로 되어있고 그 안에 재료에 맞게 파티션을 넣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수납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제작되어 몇 번의 수정 끝에 파티션 간격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모듈형 구조를 구상할 때 재료의 수납 외에도 작업물의 전시와 벤치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구가 다소 무거워지지만 딛고 올라서도 안전하도록 두껍고 튼튼한 나무를 사용해 계단, 벤치의 기능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쌓고, 딛고, 넣고, 만들고!
커다란 재료들은 무거우니까 아래로 넣자.

실타래, 전선, 솜, 노끈 등 길이가 긴 재료를 사용하는 수납장은 동그란 구멍이 뚫린 문을 달아 손을 넣어 잘라 쓰고 동그란 구멍 아래쪽 부분에 파인듯한 홈에 남은 재료를 걸어둘 수 있게 디자인되었어요.

실타래 동굴
따끈따끈한 모야 수납장

모듈형 구조이다 보니 같은 가구이지만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도서관마다 설치된 모습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공간이 비교적 넓은 곳에서는 옆으로 길게 배열한다거나 떨어뜨려 놓기도 하고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는 도서관 책장처럼 2층으로 쌓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수납장은 공간에 맞게 쌓고 세우고 눕힐 수 있다.

모듈수납장 위에는 작업물들을 올려놓을 수 있지만 트레이를 활용해 작은 재료들을 올려놓거나 입출입 시스템 장치를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 참 중요한 도구를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을 깜빡했네요. 바로 작은손 깃발입니다. 공간이 협소한 작은도서관의 경우 모야 공간에서 많은 작은손들이 함께 작업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혹시 작업공간이 부족하다거나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작업하고 싶은 작은손들을 위해 '작은손 작업중'이라는 깃발을 만들었습니다. 작은손 깃발은 모야 공간 밖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작업하는 곳 주변에 깃발을 세워두면 모야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선언이자 약속의 의미를 지닙니다. 

작은손깃발과 입출입 시스템 트레이 스케치.



모야파티션은 혼합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면의 타공 게시판을 통해 머드룸처럼 공지, 게시, 공유의 역할을 하고 작은손들은 수납 선반 위에 진행 중인 작업물을 임시 보관할 수 있습니다. 공간이 협소하다거나 창고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작업실의 경우 파티션을 경계로 뒤편에 모야 재료들을 적재해 놓을 수 있습니다. 공간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기도 하고 어떤 작업실에서는 파티션이 빠지고 타공 보드만 벽에 붙여 일부 기능만 활용하기도 합니다. 

파티션은 정말 파티션처럼 생겼네?
파티션 뒤에 공간 있어요.


작은손테이블은 모듈화 된 수납장에 맞춰 모양을 달리해 새롭게 만들어진 가구입니다. 테이블의 크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많은 재료들을 올려두고 사용한다거나 큰 작업물을 만드는 경우가 생기는데 혼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 없기에 마냥 크기를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A3 크기의 테이블 매트를 깔고  도구들을 올려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로 1인 테이블을 만들고 큰 작업, 공동작업을 할 때 서로 붙여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테이블은 상판과 다리가 맞물리는 구조로 되어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 쌓아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대부분 신발을 벗고 출입하는 경우가 많아 좌식 테이블로 제작되었지만 일부 도서관의 경우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높이가 높은 테이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공간 활용을 위한 모듈형 테이블 스케치
주문하신 테이블 나왔습니다.



수수께끼상자는 작은도서관 모야 가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양으로 축소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 모야의 커다란 우체통 같은 모양에서 변형이 이루어졌고 이후 어린이도서관 모야에도 같은 모양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많은 서랍이 있는 것이 좋았지만 도서관 규모에 맞게 축소되면 서랍이 너무 작아지게 돼 버려서 서랍의 개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초기 구상에서는 큰 문을 하나만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수수께끼 쪽지를 적어 배치된 구조물에 끼워 넣는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뭔가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맛있는 과자를 한 입씩 음미하며 먹고 있는데 갑자기 형이 와서 봉지째 들고 입에 털어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다시 여러 개의 작은방들과 문으로 다시 만들어 비밀 레시피를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크기와 개수가 줄어든 대신에 수수께끼 쪽지는 서랍 안에서도 찾을 수 있게 하고 추가적으로 작은손 캐릭터가 그려진 접착식 메모지를 활용해 도서관 곳곳의 책을 보다가 발견할 수 있게 확장시켰습니다. 


하나의 문으로 된 수수께끼상자에서 여러개의 문으로.
문을 열다보면 가끔 작은 고블린이 뿅-하고 나올지도 모른다.



안전테이블은 기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모양과 디자인을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다듬었습니다. 한 명만 사용하던 것에서 양쪽에서 마주 보고 사용할 수 있게 바뀌고 위와 옆면 모두 타공 처리를 해서 도구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걸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크기가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이렇게 바뀐 안전테이블의 디자인은 이후 어린이작업실 모야에도 같은 모양으로 적용되었습니다. 테이블과 함께 작은도서관 모야의 가구가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전테이블의 디자인 스케치



이렇게 작은도서관 모야의 공간과 가구의 진화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제작 중에도 사용 경험을 피드백받아 조금씩 개선해 나간 흔적도 있었고 또 다른 모야를 준비하며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도서관의 많은 배려로 작은 작업 공간에서 어느 순간 도서관 전체로 확장해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도서관 모야'가 아니라 '작았던도서관 모야'로 이름을 바꿔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소에 상관없이 작은손 깃발을 들고 어디든 창작에 몰두하는 작은손들처럼 작은도서관 모야의 가구들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항상 작은손들에게 도움과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글 _ 까나리존스 (장성원)

사진_ 릴리쿰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릴리쿰, 씨프로그램, 도서문화재단 씨앗,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에 있습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는 릴리쿰, 씨앗재단, 씨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로 집이나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호기심을 손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일상에서 창작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제3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모야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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