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면서, 멋진 이야기들이 가득한 곳, 어린이들을 늘 환대하는 운영자가 있는 곳인 '도서관'에서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도서관으로 어린이도서관인 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작업하는 ‘작은손’들을 만나게 되었죠.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던 친구들부터, 모야를 통해 새롭게 도서관을 알게 된 친구들까지 많은 친구들이 도서관 속 모야를 찾아주었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의 모야를 관찰하며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간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친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에서 모야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 가기 전에 들렸다가 가기도 하고, 지나가다 빼꼼히 친구가 있는지 보고 환하게 작업실로 뛰어들어오기도 했죠.
이처럼 작업실이 애써 시간을 내어, 혹은 예약해서 와야 하는 곳이 아니라, 학원을 끊고 와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현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길 바랐습니다. 그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물리적으로 아이들의 동선에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작업실이지만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상 시간의 틈에 작업이 자리하도록, 친구들을 만나는 시작점이 모야 작업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이들 일상에 더 깊숙이 들어가 있는 도서관 공간, '작은 도서관'에도 모야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도서관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작은 도서관에 처음 공간을 만들기로 하면서, 몇몇 도서관을 만났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곳은 웃는책 도서관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등 하원 길, 등하굣길에 위치해 있으면서 큰 놀이터 옆에 자리 잡은 곳. 공간 규모가 작다고 할 순 없지만, 아이들이 뛰어놀다가도 들어와 작업할 수 있고, 작업한 걸 공원에 나가서 테스트도 해볼 수 있는 곳이었죠. 늘 도서관 근처에 아이들이 왁자지껄 놀고 있는 것도 신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작은 도서관에 가보니 전체적으로 도서관 공간이 여유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재료들이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독서 활동, 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영감을 주고받고 표현하고 만들던 시간들의 재료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시기도 하고, 도서관 공간의 크고 작은 가구는 스스로 만드시기도 했습니다. 작은 도서관은 이미 작업실이 되기 위해 충분히 예열되어 있는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모야를 만들 때 도서관 파트너를 만날 때 특히 고민하는 부분은 운영자 부분입니다.
모야 프로젝트에선 운영자를 오른손이라고 부릅니다. 도서관이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 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아이들을 기꺼이 환대하고 공간을 내어줄 운영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작은 도서관의 운영자 분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을 환대해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이미 모야를 만드는 사람들보다 더 깊었고,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환대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또 갈 때마다 신기한 선물을 받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아무런 잎이나 꽃이 없는 화분을 주시며 이 화분에서 나는 식물이 어떤 식물인지, 잘 키워서 공유하는 미션을 선물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을 만날 때도 다정한 시도들을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도서관 모야와 작은 도서관 모야의 운영 철학 및 방향, 공간적 요소는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어린이도서관은 조금 더 공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작업실 공간을 분리하고 조금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두었습니다. 작업하는 친구들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작업에 집중하며 각자의 속도로 작업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작은 도서관 모야는 공간 여건상 작업만 집중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도서관의 다른 기능의 영역과 어우러지는 경험을 지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들고, 또 친구들과 대화하는 등의 경험을 편하게 넘나들 수 있게 되길 바랬습니다. 또 일상에 가까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자주, 매일 들러 작업하는 친구들의 변화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서관의 모야는 함께해온 도서문화재단 씨앗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협회에서 파트너가 될 만한 도서관 선정을 공들여 함께 해주시고 계시고 선정된 도서관의 모야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계십니다.
공모를 시작하고 많은 도서관에서 지원해주셨지만, 10개의 작은 도서관에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크게 아파트 커뮤니티형, 동네 아지트형, 시립 작은도서관형 등 지역과 작은 도서관의 유형 간 적절한 균형을 맞춰 선정하였습니다. 특히 작은 도서관은 공간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추후 더 확산될 것을 고려할 때, 유형별로 유의미한 공간 모델을 만들어두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준에 의거하여 운영자분들이 독서경험을 넘어선 다양한 경험의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서관 역할에 공감하시고, 그 경험을 촉진하기 위해 이미 많은 시도와 고민을 해오셨던 곳들을 선정했습니다. 또 어려운 여건이지만, 공간 중 서가 하나를 재료바로 대체할 수 있는 (생각보다 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서가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용기를 가지신 팀이었습니다.
올해 2월까지 10개 작은 도서관이 오픈하고, 코로나 상황에 오픈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안전하게 여지가 있는 경험을 할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공의 공간이 되어 준 작은 도서관이 있어 한편으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모야의 취지처럼 자유롭게 아이들이 오고 싶은 대로 올 순 없고, 한정된 인원을 받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이 모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려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작은 도서관들은 때론 힘겹게 운영되기도 했는데요. 모야를 통해 공간에 활력이 생기고 적극적으로 운영할 힘을 얻고 있다는 의견도 전해주셨습니다. 아이들도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되었지만, 작은 도서관 운영자분들에게도 즐거운 시도를 있는 가능성, 재밌게 운영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더욱 기쁩니다.
이제 작은 도서관과 오른손분들에게도 모야를 위한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업하는 작은 손들과, 작은 손의 작품들로 가득 차고, 아이들의 작품이 도서관의 책처럼 콘텐츠로서 영감이 되는 날까지 전국의 모야 오른손분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글은 전국 각지의 모야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작업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글: C Program 신혜미 디렉터
'어린이작업실 모야'는 릴리쿰, 씨앗재단, 씨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로 집이나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호기심을 손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일상에서 창작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제3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모야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모야가 있는 도서관 한 눈에 보기:
작은 도서관 속 어린이 작업실 모야가 궁금하다면?
: https://www.facebook.com/작은도서관-속-어린이-작업실-모야-100934795134640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