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앤컴퍼니 사람들의 이야기 #5
리멤버의 김윤미 CS 매니저는 이전에 은행에서 일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원 시절의 일로 공인인증서 발급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한 일을 꼽았다.
“어르신들은 인증서 발급을 굉장히 어려워하세요. 그런데 1년에 한 번은 소득 신고 때문에 공인 인증서가 무조건 필요하거든요. 가장 힘든 때죠. 도움을 청하러 온 어르신들로 은행은 붐비고, 저는 일이 밀리고. 그래서 어르신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배포했어요.”
매뉴얼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다른 은행의 고객이 넘어오기도 했다. 한 달 동안 타행에서 넘어온 자금이 30억 원을 넘었다.
“그때 ‘고객 만족'의 힘을 실감했죠. 특히 고객님들이 자발적으로 은행의 홍보대사가 돼서 다른 고객을 불러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김윤미 매니저는 인증서 매뉴얼의 힘을 경험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고객 응대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 결과 입사 3년 차에 보통 10년 차 정도가 되어야 배정될 수 있는 VIP 전담 직원이 됐다.
VIP 고객들은 까다로웠다. 내 자산을 관리하는 직원의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면 어김없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직업도 교수, 의사, 사업가, 연예인 등으로 다양했다. 김윤미 매니저는 아침마다 경제 신문과 월간지를 읽었고, 주식 공부도 했다. 새 고객을 만날 때마다 고객에게 맞춰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다. 경제 시사 이슈에도, 주식에도 깊은 지식이 없었던 김 매니저에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공부를 쉴 수 없었어요. 고객을 대하는 일을 맡은 이상, 자산관리에 있어서 아는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은 저여야 했으니까요. 어설퍼 보이는 사람에게 어떻게 소중한 자산을 맡길 수 있겠어요.”
김윤미 매니저의 고객들은 그를 좋아했다. 철저한 업무처리와 특유의 배려 가득한 행동도 이유였지만 ‘나를 깊게 이해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아서다. 김 매니저는 사내에서 ‘고객에게 가장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고객 만족의 힘을 알고, 서비스에 고객의 입장을 끊임없이 공부한 덕분이었다.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말은 당연하게 들린다. 모든 기업이 이 가치를 맨 앞에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달 ‘매출을 높여야 한다'등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고객 만족을 뒷전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김윤미 매니저도 은행에 있을 당시 ‘매주 카드 신규 가입을 10건씩 만들어라'라는 지침을 받았다.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적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 했다.
“성과를 위해서 고객이 원치 않는 카드 가입을 권유해야 했어요. 저도 확신이 없는 상품을 꼭 필요한 것처럼 설명해야만 했죠. 참 힘들었어요. 그렇게 실적을 올려봤자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해당 상품을 쓸 마음이 없는 사람이 가입하면 관리가 안 될 거고, 그러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고. 결국 은행의 이미지만 안 좋아지는 거잖아요.”
고객을 최전방에서 응대하는 사람이었던 그는 고객의 니즈에 반하는 응대를 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었다. 관료적인 조직이었기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웠다.
어느 날 은행에 자주 오는 손님이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소개해줬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김윤미 매니저에게 명함관리는 필수였다. 김 매니저는 리멤버를 써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였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명함 정보 변경을 알림 받을 수 있는 등의 디테일을 경험하며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리멤버에 문의를 넣으면 회신이 너무 늦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뛰어났지만, 고객 응대가 후 순위로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리멤버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김윤미 매니저가 고객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곤 ‘이런 데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CS가 개선된다면 더 멋진 서비스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확실해진 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리멤버 최재호 대표와의 면접 자리에서 였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가' 였어요. CS 담당자로서 일을 하게 된다면 오로지 고객 만족을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달의 실적 같은 요소들이 그걸 방해하면 안 되죠. 그런데 면접 자리에서 대표님이 제 걱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표님은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보였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하다고 했죠.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와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면서요.”
김윤미 매니저는 리멤버에 합류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멤버의 모든 기능을 숙지하는 일이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산업 군이고, IT에 밝지도 않아서 걱정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잖아요. 은행에서 했던 것처럼 서비스를 최대한 파악하고,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자마자 열심히 공부했죠.”
CS 담당자는 서비스의 전 분야를 깊게 알아야 한다. 고객이 어떤 부분에서 무슨 불편을 느낄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윤미 매니저는 매일같이 서비스 기획자, QA 매니저, 개발자, 마케터를 붙잡고 서비스에 대해 물었다. 한 달이 채 안 되어 김 매니저는 대부분의 문의에 막힘없이 응대할 수 있을 만큼 리멤버를 연구했다.
매일같이 유저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나다 보니 ‘고객의 입장'도 이해해나가기 시작했다. ‘서비스와 고객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김윤미 매니저의 ‘CS 노하우’가 더해지니 고객 만족도도 점점 높아졌다.
쉽지는 않았다. 가끔은 리멤버에 대해 크게 실망한 고객을 대해야 할 때도 있었다.
“서비스에 불편을 느끼신 고객님이 기억나네요. 완전히 격양돼 계셨어요. 불만을 말하는 메일이 몇 번이나 왔고, 개인 SNS에도 리멤버 비판 글을 올리셨죠. 저희도 심각성을 알고 있어서 최우선으로 대응했어요. 이슈가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바로바로 안내드리고, 추가 문의가 오면 최대한 빨리 응답을 드렸죠.”
개발팀과 QA 팀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김윤미 매니저는 계속해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리멤버의 안티는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다행히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문제는 해결됐다. 폭풍이 지나간 기분이었다. 그때 그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문제가 해결돼서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인상 깊었던 건 담당자님의 대응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제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시는 게 보였어요. 저도 사업을 하고 있는데, 스카웃 제의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윤미 매니저는 안티도 팬으로 돌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다른 직원들도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놀랄 만큼 정성스러운 리뷰가 들어오기도 하고, SNS에 리멤버 칭찬글이 올라 오기도 하고, 사무실로 선물이 오기도 했다.
중요한 건 리멤버의 직원 모두가 이 고객 만족도를 ‘체감'했다는 것이다. 개발자도, 기획자도, 마케터도, 운영팀도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올라가는 가입자를 수치로 확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하는 일 덕분에 즐거워하는 고객의 목소리는 ‘일의 가치'를 되낼 수 있게 해준다. 일할 맛이 나니 정성을 더 쏟아 일한다. 고객의 만족도는 더 높아진다. CS 담당자의 노력이 조직에 선순환을 불러온 것이다.
김윤미 매니저의 일을 대하는 태도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고객 만족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김 매니저는 CS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CS 담당자가 힘든 점은 몰려드는 전화도, 진상 고객도 아니에요. ‘홀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할 때가 가장 힘들죠. CS 담당자가 아무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공부한다고 해도, 그 일을 완전히 알 수는 없어요. 결국 담당 개발자나 마케터, 기획자가 도와주어야만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CS 담당이 아니면 고객 대응을 뒷전으로 둬요. 자기 할 일이 바쁘기 때문이죠. 그럴 땐 힘이 빠져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방법이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많아요.”
리멤버의 동료들은 CS 담당자가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고객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으로 뒀다.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가치를 완벽히 공유하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여서 일이 즐겁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최전방에서 듣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다.’, ‘정말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다'같은 말들을 갈수록 많이 듣게 되니까요.”
리멤버 회사 홈페이지에는 ‘일하는 방식'을 정리해놓은 문서가 있다. 맨 첫 항목은 ‘x=customer,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와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없다'다.
“의례상으로 적혀있는 글이 아니더라고요. 정말이지 그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분들만 이곳에 모이는 것 같아요. 갈수록 자부심이 커지죠. 진심으로 우리 회사가 잘 됐으면, 그렇게 고객님들께 더 큰 만족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샘솟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