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하는 12평 남짓한 작은 평수의 오피스텔에는 단 하나의 룰만 존재한다. 매일 부딪히는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거나 큰소리가 나거나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는 일들은 모두 차단하고 평온함이 깃드는 '쉴 곳'으로 만들 것. 이 단 하나의 룰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매일 밤 9시 오늘의 안건을 들고 식탁에 앉는다.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화로운 저녁 식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던 중 뽀-옥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응?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 "그게 왜 거기서 나오긴, 네가 꼈으니까 나오지!"
그 소리의 정체는 순간 괄약근 조절에 실패한 전 씨의 엉덩이에서 소심한 방귀 소리가 새어 나온 것인데, 전 씨는 자신도 놀랬던지 당황을 감추지 못했고, 난 그런 전 씨가 웃겨서 입에 음식이 가득 한 채로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전 씨의 괄약근은 광명을 찾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뽀-옥, 설거지를 할 때도 뽀-옥, 공부를 하다가도 뽀-옥, 앉아있을 때도 뽀-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았았고, 그때마다 자신이 뀐 방귀 소리에 놀라 흠칫하는 전 씨의 표정은 늘 새로웠다.
정식적으로 방귀를 튼 것이 아니라, 뽀-옥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 또한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고, 생리현상이라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어느 날, 밖에서 전 씨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으로 귀가를 하던 중 장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디폴트 값이 ‘매우 좋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나의 장은 관리를 잘해도 환경이 바뀌면 복원력이 어마 무시하게 빨라진다. 평소에도 장이 좋지 않아 되도록이면 밀가루로 된 음식은 피하는 편인데 이 날은 칼국수를 먹고 난 후라 그런지 평소보다 장이 빠른 속도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집에 다 닿을 때쯤, 전 씨를 향해 다급하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나 지금 배가 너무 아파. 빨리 먼저 가서 엘리베이터 좀 눌러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우리가 사는 집은 19층이라 만약을 대비해 전 씨를 먼저 보냈다. 사실 이날은 그 짧은 시간조차도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전 씨의 도움으로 엘리베이터를 무사히 타고 19층에 도착해 빛의 속도로 번호키를 누르고 신발을 던지듯 벗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피슈우욱- 앉아마자 방귀가 새어 나왔지만 이 정도는 전 씨가 들을 리가 없다고 자만하던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부우 우우 욱- 하는 소리가 화장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하- 집안에 방음이 꽤 잘되어 있는 편인데, TV 소리도 들리고 못 들었겠지 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 "많이 급했나 보네?"
전 씨의 표정을 보니 듣지 못한 것 같았다.
- "응. 하마터면 대참사가 날 뻔했어."(3초 후)
- "부우 우우 욱 - 부우 우우 욱- (큰소리로 나의 방귀 소리를 흉내 내며 창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까 저기 저 멀리 보이는 뱃고동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더라고, 너도 들었어?"
나는 부끄러워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아니. 난 못 들었어."
이날 우리는 방귀를 틀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옥신각신 하며 밤을 보냈다. 공식적으로 방귀는 트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봤고, 전 씨의 방귀는 전 씨도 모르는 일로, 나의 방귀는 뱃고동 소리로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