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개의 인간 Mar 28. 2022

달래 된장국

일상으로 달래기

하루에 루틴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잘 일어나는 것이고 다음으로 하는 일은 냉장고 탐색하기다. 냉장고를 열면 물과 두유 소량의 과일과 채소, 절임, 냉장 보관이 필요한 양념들 외엔 딱히 들어있는 것이 없다. 요리를 하더라도 딱 한 끼에 알맞은 양만큼만 하고, 되도록이면 남기는 법이 없어서 음식으로 냉장고가 가득한 날은 웬만해서는 잘 없다.   


어렸을 적 식구가 많은 집안에는 한 끼를 먹고 나면 남은 음식은 없었다. 가끔 먹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더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음식이 사라졌다. 조리된 음식은 바로 먹어야 맛있다고 배웠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집안의 기준으로 최대 기한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고, 이렇게 살다 보니 생활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시장과 친하다. 집을 구할 때도 가능한 시장과 마트가 가까운 거리로 기준을 잡았다. 시장만의 부산함과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자면 시장을 선호하나, 이 외 위생과 신선도도 중요하기에 요즘에는 마트를 더 자주 가는 듯하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당연 야채 코너다.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에 마트는 입구부터 번지는 달달한 딸기향과 여러 봄나물에서 일렁이는 잔잔한 흙내음으로 가득하다. 


봄의 식탁은 향으로 물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3월에 제철을 맞은 쑥, 냉이, 달래 만으로도 봄을 차리기엔 충분하다.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것은 달래다. 달래가 가지고 특유의 알싸한 맛과 향이 좋다. 특히나 된장국과 달래에 완벽한 콜라보는 삼시세끼 나의 식탁 메인에 오른다. 낮은 봄기운에 따듯하지만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맴도는 환절기 에는 베이스가 맵고 자극적인 것인 국보단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국이 좋다. 


간이 삼삼하고 구수한 달래 된장국에 밥 한 공기 말아서 한수저 뜨고 나면 낮이 지고 떨어진 기온차로 몸에 남은 서늘한 기운을 서서히 데운다. 참고로 나처럼 달래에 알싸한 향을 좋아한다면 달래에 알뿌리 부분을 칼등으로 두드리면 향이 더 잘 퍼진다. 국을 끓이고 남은 달래는 보통 바로 양념장으로 만들어 콩나물 밥을 해서 비벼먹기도 하고 두부조림에도 사용하는데 구운 햇김에 갓 지은 흰밥을 올리고 그 위에 양념장을 올려먹는 게 가장 맛있다. 개인적으로 그냥 햇김보다는 씹는 식감이 살아있는 곱창김을 더 좋아해서 달래로 된장국을 끓이는 날에는 잘라놓은 김 서너 장이 서브 역할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로트라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