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사수하라
지난 주말 토요일 오후 K의 하루 늦은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여 점심을 먹었다.
이들보다 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근처 빵집에 들어가 음료 하나를 시키고 장소를 찍어 문자를 보냈다. 자리를 잡고 얼마 안돼 J가 도착했고 이어서 K가 도착했다. 이날 생일 당사자인 K는 두통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 듯하다. 만나기 전 J와 통화 중에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하니 짜증이 잔뜩 묻어 나와 날씨가 더운 탓인가 했더니 두통이 심한지 보기에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K는 커피가 당긴다고 했다. 우리는 K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타코를 먹으러 가는 중간에 카페에 들려서 커피 한잔을 샀다.
식당에 도착해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바로 주문을 했다. 향신료 파인 K는 고수를 주문하는 칸에 따로 많이 를 체크하고 K와 같은 향신료 파인 내게 주문서를 건네며 낄낄거렸다. 커피를 먹더니 살아나는 모양이었다. J는 입안에서 퍼지는 고수 향이 흡사 비누 향과 같다고 싫어한다. 우리는 각자 메뉴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종류의 타코를 하나씩 시키고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나는 음식에 맥주를 곁들이면 음식의 풍미가 살아난다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 그냥 마시는 맥주보다 식사와 함께 마시는 반주를 선호하게 되었다. 나 외에 나의 친구들은 술을 먹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는 밤에는 알코올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흥이 나기 마련인데 술을 제외한 식사는 주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는 이유로 점심을 택했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30대의 우리는 전투적인 주중을 보내고 남은 주말에 흥을 느낄 힘은 남아있지 않다는 게 좀 더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메뉴가 나오고 우리는 각자의 접시에 타코를 올려 기호에 맞게 소스를 얹어서 먹었다. K와 나의 비해 입이 짧은 J의 입맛에도 잘 맞을까 걱정했는데 걱정과 다르게 잘 먹었다. J는 며칠 전부터 타코가 먹고 싶었다고 했다. 보통 생일에는 생일인 당사자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식당을 고르고 점심 약속을 잡는다. 사실 이번 K의 생일은 치킨이 먹고 싶었던 나와 타코를 먹고 싶었던 J에게 밀려 K는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다. 식사가 무르익을 무렵 K는 서서히 말문이 틔었다. 무슨 원리 인지는 모르겠으나 K의 말에 의하면 가끔은 쥐어짜듯 머리가 아플 때 커피를 마시면 나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