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by 일개의 인간

점심을 먹고 나와 우리는 식당 근처에서 멀지 않은 J가 좋아하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보통 우리 모임에서 주로 밥집은 K의 전문이고 J는 카페 담당이다. 나는 무언가를 찾는 행위 자체를 굉장히 귀찮아하기 때문에 보통 키워드만 던지고 찾는 건 이들이 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타지에서 온 나보다 정보의 접근성도 좋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카페이든’에 도착했다. 이곳은 2년 전 겨울 J와 함께 온 이후로 처음이다. 그날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고 카페 오픈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평소에 K와 J를 만날 일을 제외하고는 집 근처 외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데 요즘은 주말마다 이들 덕에 부산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은 오래된 건물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요즘 시대에 자영업은 각자만의 고유한 개성이 담긴 가게들도 많은 반면에 같은 공장에서 찍어 나온 평이한 인테리어에 SNS 용 감성을 쥐어짜는 인테리어도 많이 보인다. 이곳은 오래된 건물 특성상 천장이 낮은 데다 세월에 무게로 내려앉아 얼핏 봐선 곧 무너질 것 같아 보이지만 오래된 정서가 깃들어서 ‘오래된 것’ 들처럼 보이려는 요즘 신생 가게들과는 달리 인조적인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실내에도 카페 주인 만에 분위기가 녹아있다.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들과 함께 있으면 있는 그 자체로 안정감이 든다. 이들과 나 사이에는 두드러지는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가 보는 이들은 살아감에 있어서 지녀야 할 가치관이 바르고 결이 고운 사람들이다. 가치관에 방향은 각기 다르지만 각자가 가고자 하는 길에 서로가 굳건하고 선한 영향력을 준다. 나는 특히나 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하지만 대화 주제에서 엇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커피를 마시던 중 K는 새삼 사색에 잠겼는지 확실히 30대가 20대보다 재미있다고 했다. 정말 재미가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20대에 겪는 일들은 대부분 처음 겪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그 과정을 이겨 나아가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들겠지만 같은 일을 30대에 겪는 건 20대 보단 좀 더 여유가 생긴다. 전보단 물질적으로도 좀 더 안정기에 들어서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삐걱거렸던 것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찾아가고 조화를 이루는 시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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