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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Sep 15. 2020

너, 행복하니?

이 순간을 사는 것. 행복은 그뿐.

너, 행복하니?



이 물음에 자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삶은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어도, 굳이 따지자면 행복의 강도가 그것들을 다 상쇄시킨다고 믿는다. 친구들이 가끔 저런 질문을 해오면, 나는 감사하게도 "응."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대학생 때 통학시간만 왕복 4시간이 훌쩍 넘었던 나를, 친구들은 '시간여행자'라 불렀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짧은 통학시간에 대해 찬양했다. 버스, 지하철, 스쿨버스를 오가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삐 움직이는 나를 두고 친구들은 안쓰러워했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라고 해도 그들은 나를 '괜찮지 않다'라고 단정 지었다.


이따금씩 학교와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더 이상의 가정은 하지 않았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현재의 좋은 점에 집중했던 것 같다. 잘 들여다보면 좋은 점은 어디에나 꼭 있기 마련이니까.


과제가 많은 날이나 시험기간일 때는 마음이 조급한 날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이용해서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과제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날에는 책이나 음악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그럴 때 잠깐씩 보이는 창 밖 풍경을 사랑했다. 내가 마치 소설 속 혹은 음악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 속에서 나만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아도 내가 나와 오롯이 데이트하는 시간이었다.






상처 받은 적 있었지만 그럼에도 삶을 사랑했다. 가족이 있음에 감사했고,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했고, 내가 좋아하는 겨울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고요하고 도도하게 떠 있는 새벽달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 잦은 감사는 행복감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요즘의 나는

아침마다 남편이 올려놓은 블라인드를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기 이전에, 자고 있는 내게 혹 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손길로 블라인드를 올렸을 그 모습이 그려져 행복하다. 그 덕분에 내 시야는 매일 훤히 트인다. 하루의 시작이 산뜻하다.



현관 도어록 소리가 유독 안방에서 잘 들리는 우리 집. 남편은 도어록의 건전지 하나를 빼놓고 출근한다. 아기와 내가 이른 아침잠에서 깨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빼놓은 건전지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참 귀엽다. 그 건전지는 일어나서 내가 다시 껴놓으면 그만이다.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사소하다. 내가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그러니까,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뿐이다. 상처 받을지언정 삶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밖에는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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