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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Sep 21. 2020

나의 로망은 좋은 이웃

좋은 이웃은 좋은 '나'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결혼하고 아기 낳으면 친구들 잘 못 봐. 원래 그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도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준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니 이해해보려 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정반대의 마음도 따라왔다.



원래 그런 게 어딨어? 왜 나는 모든 것과 멀어져야 해? 원래의 나와도 멀어지고,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아이가 실제로 세상에 나오고 나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 까지로서는 그렇다. 어린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챙겨줘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와의 이동 동선을 세부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아이의 낮잠 시간을 맞춰야 하고 (낮잠을 못 자게 되거나 시간을 못 맞출 경우 엄청난 짜증은 기본이고 하루 패턴이 어긋나게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챙겨 적기 적시에 제공해주어야 한다. 혼자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나 아빠가 '함께' 놀아주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투정과 더불어 급격한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이 모든 것을 챙기면서 친구들과 예전처럼 수다를 떨고 카페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신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기와 함께 친구를 볼 때면 '아기' 중심으로 짧고 굵게 시간을 갖거나, 남편이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에 친구와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럴 때 조차도 마음 한 켠에는 아이가 잘 놀고 있는지, 낮잠은 잘 들었는지, 밥은 어떻게 먹었는지 생각이 나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남편에게 연락이 왔는지 자주 확인하기도 하고, 내가 먼저 연락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on/off 스위치를 켜듯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하는데, 아직 나는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정말 가끔 보는 사이가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결혼 후 친구들과는 물리적으로 멀어졌지만, 나는 어쩌면 내 새로운 터전에서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 직장에 맞춰 건너온 타지 생활이지만, 운이 좋다면 우리 아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는 가정과 친하게 지내면서 내 마음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삼겹살에 맥주 한잔 하면서 오늘은 얼마나 고된 육아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얼마나 예쁘고 소중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 봄이나 가을에는 가까운 근교로 아이들 풀어놓고 글램핑을 하는 소소한 우정에 대해서도 기대했다. 내 마음이 앞장서서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고르고, 소소하게 선물을 건넬 수 있는 친한 사이 말이다. 저 사람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일이 재지 않고도 서로를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있는 관계를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 그런 이웃을 만나지 못했다. 다른 가정과 소통할 수 있는 횟수가 적어서였을까? 아니었다. 횟수의 많고 적음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었어야 했다.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은 많았지만 내가 '먼저' 제안을 하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손을 건넨 적은 없었다.


바라는 것이 많으면서 상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겠구나.


좋은 이웃과 만나는 일도 그렇고, 사실은 어떤 관계를 맺는 일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멋있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으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마음결이 고르고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으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그런 이웃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

''를 매만지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이 새벽에 또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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