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오늘도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세상의 것들을 배워간다. 호기심으로 똘똘 무장한 아이의 몸짓에는 거침이 없다. 실패한 경험이나 거절당한 경험, 낯 뜨겁게 부끄러웠거나 패배감에 대한 경험치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아서일까. 서툴지만 아주 당당하고 쿨하다. 관심이 없어지거나 무언가 해보려다가 실패하면 바로 다른 집중할 거리를 찾으러 떠난다.
실수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을 '실수한 나'에 가두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안 되면 가차 없이 외면해 버리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부러움을 느꼈다.
언제부터 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기 시작한 것일까? 무언가를 시작해 보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되지 않을 시나리오'를 쓴다. 사람이라면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크고 작은 실패에 대한 방어책일까? 나를 지키기 위한 '나름의' 수단? 그런데 그건 정말 나를 지켜주는 것일까?
첫 시작부터 무언가가 잘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대개 처음부터 잘 되는 것보다, 여러 번의 도전과 모험을 딛고 나서야 일이 풀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도전과 모험은 실패의 또 다른 말일 수 있지만 이 것을 실패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에서 개인의 스펙트럼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이가 서툴게 한 글자를 발음하고, 조작하지 못했던 것을 조작하고, 거부했던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크게 환호한다.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나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리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을 사정없이 보낸다. 아이의 배움의 과정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성공에도 마음 다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그 응원과 사랑 덕분에 아기는 조금 더 힘을 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의 배움의 과정도 이와 닮았으면 한다. 어른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사실은 칭찬을 먹고 자라니까. 나이가 몇이든 누구나 내면의 아이가 있고 이를 보듬어줄 사람은 필요하다. 자기 자신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타인에게 받은 따뜻한 눈길과 애정 어린 마음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