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밤은, 위험하다. 오랜만에 밤산책에 나섰다. 해가 뜨는 기운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느라 바쁜 그 길이 어둠이 까만 때엔 나를 자꾸만 뒤로 뒤로 주저앉힌다. 이유가 뭘까를 한참 고민하다 결국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 앞에 멈춰 섰다. 보고 싶었다. 그리웠다. 지척에 있을 것 같은 그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쩔 도리 없이 돌아와 다시 깜깜한 방에서 노오란 스탠드 불을 켜고 일기장을 편다. 그 사람이 뿌려준 향수와 그 사람의 편지가 담긴 다이어리에 오늘의 마음을 적어 내려 간다. 일기장을 덮기 전 종이에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곧 사라질 그 사람의 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