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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내려오기 전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바로 제주 해안도로 자전거 국토종주. 꿈같은 그 여정을 드디어 시작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바로 그 첫걸음.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나의 오랜 친구 로드바이크를
꺼냈다. 차 트렁크에 조심스레 싣고 10분 거리의
애월 해안도로로 향했다.
해안도로에 도착해 자전거를 꺼내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귓가에 와닿는 바람 소리, 시야 가득
펼쳐지는 짙푸른 바다. 이 순간이 정말 현실 맞나?
늘 상상만 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애월 해안도로 자전거길은 생각보다 꽤 역동적이다.
잔잔한 길인 줄만 알았는데 낮고 잦은 오르막길이 이어져 처음부터 근육에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이런 길마저도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금세 리듬을 되찾게 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검은 현무암 해안과 투명한 물빛, 어디를 찍어도 엽서 한 장이 된다.
함께 자전거를 타던 남편과 자주 나눴던 말이 있다.
"우리 언제 제주 해안도로에서 자전거 한번 타보자."
그 대화가 현실이 된 오늘.
혼자 달리고 있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돈다.
생각보다 일찍 이뤄진 그 소원이 괜히 고맙고, 벅차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가벼운 예열이었다.
국토종주는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시작하려고 한다. 하루하루가 여행이고
모험이고 추억이니까.
귀가 전 주차장 맞은편에 우연히 마주친 작은 감성 소품샵. 유리창 너머 아기자기한 도어벨들이 나를
불러 세웠다. 결국 두 개의 예쁜 도어벨을 손에 들고 나왔다. 누군가에겐 작은 물건일지 몰라도 내겐
오늘의 기분을 오래 기억하게 해 줄 작은 기념품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다시 바다가 스쳐
지나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처럼 오늘의
나도 조금은 빛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