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한 판 승부

+36일, 기다림만큼 반짝였던 농구대결

by Remi

폭염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할 만큼 기온은

치솟았고 살갗에 닿는 햇살마저 따가웠던 하루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여느 때처럼 가벼웠다.


방과 후 수업을 마치자마자 향한 곳은
동네 골목 안 숨은 맛집, 웨이팅이 긴 짬뽕집이었다.
허기진 속을 뜨거운 국물로 채우는 동안
우리는 땀과 피로까지도 웃음으로 삼켰다.

전날 해수욕장에 가면서 코코를 집에 홀로

두고 떠났던 게 마음에 걸렸는지
아이들이 먼저 말했다.
“오늘은 코코랑 꼭 같이 가자.”

그렇게 다시 찾은 곳은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제주당 베이커리.
폭염이 여전했지만 마침 불어온 바람 덕에
야외 테라스도 견딜 만했다.
노란 양산 아래서 마주 앉은 네 사람
아이들 사이에 앉은 코코까지
모든 장면이 엽서처럼 선명하고 평화로웠다.

커피 한 잔, 시원한 에이드 한 모금
그늘 아래 스며든 웃음소리와
풍경처럼 피어난 고요함.
잠시 후엔 새별오름 자락을 따라 산책을 했다.
발끝에 스치는 풀잎과 머리 위로 흘러가던 구름이
이 여름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시간을 천천히 감쌌다.




이 하루의 진짜 클라이맥스는
해질 무렵에 찾아왔다.

아이들이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나서
입버릇처럼 말하던 소원이 있었다.
“아빠 오면 2:1 농구 대결 하고 싶어.”

그 꿈은 오늘 이루어졌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세 사람은 농구장을 향해 걸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은
아이들의 패스를 유연하게 받아냈고
작은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도 뜨겁게 뛰었다.

슛이 들어갈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와 아빠의 웃음이
공기 중에 겹겹이 겹쳐졌다.

진심으로 땀 흘린 사람들만이 아는
순간의 기쁨. 그렇게 우리는
농구 한 판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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