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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육지로 배웅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마음 깊숙이 스며든 그리움은 쉽게 퇴색되지 않았다.
아침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마저 그 따뜻함 속에 엄마의 기척을 담고 있는 듯했고 주방 한편에 놓인 빈 머그잔이 오늘따라 유난히 고요하게 보였다.
그리움에 휩쓸리지 않으려 아이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섰다. 낮의 제주 시내는 여름 끝자락의 공기와 함께 사람들로 붐볐다. 아들의 낡은 운동화를 새로 바꿔주기 위해 매장을 들렀고 딸이 제주에 온 첫날부터 가고 싶다던 작은 문구점을 마침내 찾아갔다.
서랍 속 비밀을 간직한 듯한 연필과, 오래된 책갈피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카드들이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반짝이 눈으로 물건을 고르는 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집에 돌아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농구장을 찾았다. 제주살이 하면서 아이들이 매일 하는 운동은 바로 농구다. 집에 농구골대를 세운 것만으로 부족해 차로 농구코트 있는 장소로 이동해서 두 시간 가까이 연습을 한다.
공이 바닥을 튀기는 경쾌한 소리와 골대에 부딪혀 울리는 둔탁한 울림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그리움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웃음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오늘 하루를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주었다.
하지만 해가 기울고 집 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리움이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목소리 없는 대화와 손길 없는 온기가
밤의 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나는 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움도 결국 나의 삶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내일도 그 감정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